[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 20. 춘천 '나래한복연구소'

황선우 2022. 10. 5.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88년부터 '공부'하는 기능인으로 출발
직접 발품팔아 원단 공수 젊은층 공략까지
"우리 선 지키고 전통 한복디자인 계승할 것"
김정자씨 딸, 한복연구소 고유의 멋 이어가
▲ 춘천 나래한복연구소 김정자 대표.

우리의 전통과 멋, 미가 담긴 한복은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 입는 의상이 됐다. 의복 제작·판매자의 입장에서도 한복은 수익 창출을 위한 품목이 아닌지 오래다. 그럼에도 청춘을 바쳐가며 제작해온 한복과 우리 전통의 미와 멋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순간까지 바늘을 놓지 않겠다는 한복 기능인이 운영 중인 한복점이 있다.

 

칭찬이 만든 40년

춘천 동면의 한 골목, 표지판을 따라 나무사이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울창한 나무와 함께 자연 속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밝은 건물의 ‘나래한복연구소’를 찾을 수 있다. 김정자(65) 나래한복연구소 대표는 1988년 춘천 남부로터리, 행복예식장 옆에 ‘연구소’를 연 이후 현 위치로 오기까지 30여년에 걸쳐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학창시철 선생님의 칭찬에 힘입어 바느질에 매력을 느끼고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 진학 대신 현대의상을 배웠다. 그러던 중 바느질 선을 활용해 미를 뽐내는 한복에 빠져 ‘우리의 선과 의상은 영원하겠다’라는 생각으로 26세에 서울 책방을 찾아다니며 본격적으로 책을 통해 한복을 독학했다. 27세에는 기능경기대회 강원, 전국대회 한복분과에서 모두 금메달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 후 현재 40여년 동안 한복을 제작하며 한복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백년소공인에 선정됐다.

▲ 나래한복연구소 작업실과 김정자 대표가 바느질하며 한복을 제작중인 모습.

나래한복‘연구소’ 얼굴

연구소 입구로 들어서면 무지갯빛 각종 원단들을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우리 옷은 우리 옷감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직도 직접 원단을 떼오며 한복 재료를 구비하고 있다. 또 보유 원단으로만 제작하려 하지않고 맞춤제작 상담 후 스스로 만족할 만한 재료를 찾기 위해 새 원단을 찾으러 발품을 파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재료 준비 과정부터 고객의 품에 한복이 전달되기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관여하며 얻는 뿌듯함과 금메달 수상 기능인으로서의 초심으로 40년째 살고 있다.

▲ 나래한복연구소 작업실과 김정자 대표가 바느질하며 한복을 제작중인 모습.

김 대표는 “제 손에서 탄생한 한복을 입고 만족하는 손님들을 볼때 가장 행복하다”며 “제가 만든 한복을 입고 행복을 느끼고 그 자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이들 덕분에 40여년 동안 바느질을 놓을 수 없었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연구소 내부의 한복 작업실을 보면 각종 바늘, 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책상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책장에 걸려있는 제작중인 한복과 책상위, 작업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찢어진 원단, 바느질 선 모양을 연습한 원단들을 보면 우리 선을 근본으로 한 다양한 한복 디자인 연구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작업실은 김대표가 한복 제작을 독학했던 옛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또 드레스룸에는 색 바램을 방지해 조명을 꺼둔 채 각양각색의 한복들이 즐비해 있다.

▲ 나래한복연구소 작업실과 김정자 대표가 바느질하며 한복을 제작중인 모습.

김 대표가 한복점 이름을 ‘연구소’라고 지은 이유는 지속적인 ‘공부’와 ‘연구’를 통해 우리 선(線)을 지키고 우리 디자인을 계승하겠다는 의미에서다. 사업가가 아닌 기능인으로서의 철학과 초심, 포부를 담았다. 40년 바느질을 해온 김대표의 목표는 후세에 우리 한복 고유의 멋을 전해주는 것이다. 김대표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복의 선처럼 고운 바느질 선이 없다. 그런 전통의 미가 잊히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 나래한복연구소 작업실과 김정자 대표가 바느질하며 한복을 제작중인 모습.

또 “중국 등에서 한복을 본인들의 옷이라 우기는 경우도 많아졌을 뿐더러 이에 맞서 지켜내야 할 우리 한국인들 조차도 한복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바늘을 놓는 순간까지 우리 선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또 김대표는 문 닫는 원단 공장이 많고 원단 상인들이 줄어들고 있어 한복 제작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나래한복연구소는 전통 한복 스타일을 고수함과 동시에 파스텔 색감, 레이스 장식 등을 활용해 디자인 트렌드도 따라가며 젊은층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 나래한복연구소 작업실과 김정자 대표가 바느질하며 한복을 제작중인 모습.

현실이 된 가업 승계

개성이 강하고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직업을 찾는 현대사회에서 가업 승계를 자녀에게 요구하기에는 힘들다. 그럼에도 춘천 한복명가 나래한복연구소는 고유의 멋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7년의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 김 대표의 딸이 한복명가 나래한복연구소에서 한복 고유의 멋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딸이 이 일을 이어나가길 내심 기대했지만, 힘든 일임을 알기에 강요는 없었다”며 “딸의 선택을 듣고 한 평생을 한복에 바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아름답게 이어지는 한복의 고운 바느질 선처럼 엄마에서 딸로 이어질 나래한복연구소 작업실의 불빛은 나무 숲 사이에서 오늘도 환하다. 황선우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