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전기요금제 개선으로 중소기업 부담 줄여야

국제신문 2022. 10.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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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캐나다·이탈리아 3국만 산업용과 가정용 요금 비슷
전력 정책 수립하는 심의회, 수요자 기업 참여 보장돼야

지난해부터 광물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까지 잇따라 오르면서 코로나 장기화로 활력을 잃은 729만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고객별로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용 심야전력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일반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용은 공공목적으로 사용되는 전력이므로 별도 가격체계를 적용하고, 실제는 크게 주택용(가정용)과 산업용으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다. 산업용은 다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는데 제도상으로 구분되지 않지만 분석의 편의상 구분해서 살펴보는 것이 유의미한 경우가 많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행 전기요금체계가 불합리하고, 특히 중소기업에 불리하니 어려운 여건을 감안한 제도개선을 개진해왔다. 중소기업계가 현행 전기요금제도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요금의 불합리한 차별이다. 통계를 보면 2011년까지는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이 같이 상승하다가 2011년 이후 가정용은 전기요금이 하락하고, 산업용 전기요금만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에 비해 낮다는 사회적 비판을 수용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 추세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주택용 전기요금이 kWh당 2005년 110.82원에서 2021년 109.16원으로 하락하는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60.25원에서 105.48원으로 75%나 상승했다. 그런데 산업용 전기라는 것은 제품의 원가에 반영되는 수치다. 그래서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국은 산업용 전기를 싸게 해 주고 가정용 전기를 비싸게 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산업용 전기와 가정용 전기가격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 OECD 평균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 전기요금보다 크게 낮고, 산업용 전기요금과 가정용 전기요금이 유사한 수준인 것은 우리나라 캐나다 이탈리아 3개국뿐이다.

둘째, 산업용 내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전기요금 부담률 차이다. 한전이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전기요금에 비해 중소기업은 평균적으로 16%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11조 원의 전기요금을 더 부담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물론 대기업이 심야전력을 활용하고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제도를 통해 원가를 절감한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산비용이 같고 ESS 제도에 엄청난 보조금이 지급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이 과다한 지불을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제는 중소기업의 고용 생산 등 사회·경제적 순기능을 고려하고, 특히 중소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전체적인 전력운영체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보다 값싼 전기를 공급해주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전력수요가 높지 않은 토요일 낮 시간대에 가중해 부과하던 중부하 요금을 경부하 요금으로 낮춰야 한다. 토요일 최대부하가 평일 중간부하보다 낮음에도 요금을 중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경부하 요금제는 2015년 한시적으로 시행된 바 있다.

둘째, 전력 예비율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6월과 11월에 대해 봄·가을 요금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6월과 11월 최대전력 수요가 3월이나 10월과 비슷한 수준이고 예비전력이 충분하므로 중과하지 않고 최대 30% 이상 저렴한 봄·가을철 요금을 이 시기에도 적용하면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소 제조기업에 한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의 부담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게 필요하다. 전력기반부담금이 지난 15년간 3.7%로 유지되는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이 78% 이상 급등한 점을 고려해 국제경기가 안정될 때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제도 개선에 앞서 전기요금 운영체계와 관련해 시스템적으로 보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전력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전기 수요자인 기업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내 전력정책심의회에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은 쏙 빠지고 시민단체 관계자만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전기요금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면서 가정용 부담은 줄이고 산업용 부담은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는 정부가 보다 과감한 대책을 마련해 중소기업의 고질적 애로인 전기요금 문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하고,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 주기를 바란다.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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