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MiCA(EU 가상자산규제법안)와 부산 블록체인 특구

국제신문 2022. 10.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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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국가들은 2024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규제법안(MiCA: Markets in Crypto-Assets)을 세계 최초로 합의를 통해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의 내용은 기존 금융규제의 법령에 없는 유틸리티토큰 전자화폐토큰 자산준거토큰 등의 발행 및 거래에 관한 투명성, 공시, 발행인 자격요건, 관리·감독 등에 관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제시한 것이다. 이는 곧 기존 자본시장(증권)법과 금융 법령으로 적용이 가능한 증권형토큰, 대체불가토큰(NFT) 등은 MiCA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됨을 의미한다.

MiCA가 최종 확정되면 EU 회원국 내 가상자산 관련 업체는 백서 발행과 플랫폼 등록 등 더 촘촘한 규제조항을 지켜야 한다. 주요 회원국인 독일 프랑스는 강한 규제를 통해 가상자산으로 인한 금융위험을 완화하려 했던 국가이며, 기타 회원국은 ‘기다려 보자’는 접근을 취하고 있었기에 이번 법안은 무난히 18개월 후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MiCA는 전 세계 국가가 제정할 디지털자산법의 표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우리 정부도 MiCA에 준거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된다고 보면 부산의 공공금융기관과 부산시는 엄중한 책무를 가져야 할 것이다.

첫째, MiCA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된 증권형토큰과 NFT는 기존 자본시장법에 준거해 발행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금융위원회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회색 영역에 있는 두 토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전자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자본시장법에 준거해 전자증권으로 발행함으로써 지역 공공 금융기관인 증권예탁원이 심사 발행 관리 기능을 맡고, 증권거래소가 시장유통을 책임지는 것을 제안했다. 아직은 미발전 상태지만 매력적인 자금조달의 플랫폼이자 투자상품인 증권형토큰이 부산지역에 토큰 거래소를 두고서 활발히 거래될 수 있길 바라며, 아울러 혁신 유인적인 규제를 통해 ‘국제디지털자산금융도시’로 발전되길 바란다.

둘째, MiCA는 유틸리티토큰 등에 대해서는 설립 법인이 백서를 공시할 때 신고만으로 가상자산 발행과 ICO(토큰 공개를 통한 자금조달)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증권형토큰의 세계 시가총액은 올해 7월 기준 약 23조 원(179억 달러)에 불과하고 자금조달 성공률도 신청업체 중 40%에 불과하다. 반면 세계적으로 디지털 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토큰의 대다수는 유틸리티토큰이며, 작년 기준 ICO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35조 원(270억 달러)에 이른다. 따라서 부산시는 혁신성을 가진 플랫폼 조성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스타트업의 육성과 ICO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삼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디지털 자산거래소를 만드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소 부족한 MiCA의 혁신성을 부산 블록체인 특구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스웨덴 오스트리아 싱가포르는 국가의 필요에 부합해 기술을 선택할 수 있는 기술중립성을 채택한 국가다. 이들 국가는 최근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투자자를 적극 유치하면서 규제를 혁신했다. MiCA 규제는 기술중립성을 채택한 이들 국가의 정책과 배치될 수 있으며, 탈중앙금융(DeFi)과 NFT가 추구하는 디지털 자산의 분산성과 고유성 기술혁신의 씨앗을 죽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도 2015년부터 기술중립성을 채택했으나 이를 위한 규제혁신 실행은 지지부진했고, 그 반증이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부진한 성과다.


그간 부산블록체인 특구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적 사업들을 추진해왔으나 올해 추가사업이 탈락하고 기존 사업은 종료될 위기다. MiCA의 규제 방향이 채택될 경우 증권형토큰은 기존 국내 자본시장법에 따라, 유틸리티토큰 외 관련 토큰은 MiCA에 따라야 한다면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혁신성은 급속히 저하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산시는 스위스처럼 가상자산 거래업체 협회와 긴밀한 관계를 통해 SRO(자율규제 기관)를 형성함으로써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 수립에 개입하는 채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MiCA의 완성과 더불어 우리는 금융공공기관과 부산시가 디지털 자산을 통한 ‘국민 자산형성 프로젝트’의 책임자이며 동시에 블록체인 규제 혁신의 선도자가 되어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김홍배 동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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