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거북선, 30년 만에 노 젓다
TV 수리 및 전용 전시공간 마련
대전시립미술관서 어제부터 공개
“살아있는 거북이 넣자” 제안도
거북선의 노(櫓)가 30년 만에 제대로 펴졌다.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이 원작(原作) 형태로 복원돼 대중에게 최초 공개됐다. 1993년 대전엑스포를 기념해 제작한 백남준 작품 중 셋째로 큰 대작이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전시되는 건 엑스포 폐막 후 처음이다. 4일 대전시립미술관 측은 지역 공립미술관 최초의 개방형 수장고(연면적 2654㎡) 개관을 맞아 ‘프랙탈 거북선’ 전용 공간을 마련해 개방했다. 선승혜 관장은 “새 보금자리 덕에 이전엔 볼 수 없던 강렬한 빛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생전 백남준이 “거북은 이순신의 하이테크 무기, 세계 최초의 장갑선, 생태학적인 특수 표본… 동이(東夷)적인 신탁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자평한 주요 작품이지만, 동시에 비운의 작품이다. 지하실에서 빗물에 젖은 채 7년간 방치돼 거의 사망 선고를 받았다가 천신만고 끝에 수리됐기 때문이다. 복원을 진두지휘한 ‘백남준의 손’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는 “상태가 너무 처참해 포기할까 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고쳐두길 잘했다”고 말했다. 이후 2002년 대전시립미술관으로 이전돼 2층 로비에서 전시돼왔다.
그러나 로비는 너무 비좁았다. 브라운관 TV 309대 등으로 이뤄진 거북선은 너비 탓에 로비에 들어가질 않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거북선 좌우 노 부분의 TV를 4대씩 제거해 전시했다. 뒤편 벽면에 부착돼 거북선의 배경을 담당하는 작품 ‘한산도’(TV 117대) 진열 형태 역시 변형이 불가피했다. 게다가 로비는 먼지 순환이 잘 안 돼 고장이 반복되고 수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미술관 측이 2017년 ‘완전체’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한 이유다. 1993년 당시엔 거북선 하단 투명 아크릴 어항에 실제 거북이가 놓여 있었다. 이날 이정성 대표가 “백남준 선생의 원래 아이디어대로 육지 거북이를 넣어두자”고 제안하자 김환주 학예사는 “환경단체와 적극 논의해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거센 풍파를 거쳐 새 항구에 정박한 거북선 뱃머리가 다시 붉은 빛을 내뿜었다.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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