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4500km IRBM 발사..국론 분열되면 도발 못 막아

2022. 10. 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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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도쿄 시내 TV전광판 모습. 이날 오전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특집 방송 장면이다. 일본은 미사일의 경로인 홋카이도와 아오모리 일대 시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EPA=연합뉴스]


북, 5년 만에 일본 상공으로 미사일 발사


핵·ICBM 도발 신호탄, 안보 위기 더 고조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도발을 이어가던 북한이 어제는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일본 열도를 넘는 미사일을 쏜 건 5년 만이다. 2017년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로 몰던 북한이 더 고도화한 핵미사일 무기로 다시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사회를 흔들고 있다. 어제는 10·4 남북 정상선언 15주년이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화성-12형’ 추정 미사일을 자강도 무평리에서 태평양을 향해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 마하 17(음속 17배)의 속도, 970㎞ 고도로 4500여㎞를 날았다. 역대 최대 사거리다. 주일미군 전력은 물론,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략자산 발진 기지인 괌(3500㎞)을 타격하고도 남는다. 한마디로 ‘한·미 연합훈련, 한·미·일 연합 대잠수함 훈련에 겁먹지 않는다. 우리 핵과 미사일로 충분히 제압한다. 핵보유국으로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시위다.

국가안보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북한 미사일 발사를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미 백악관 NSC는 “무모하고 위험한 결정”, 일본 기시다 총리는 “폭거”라고 밝혔다. 일본 홋카이도 등엔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이날 한·미·일의 안보실장과 외교장관들은 전화 협의를 통해 공동 대응책을 협의하고 대비 태세에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5년과 달리 한·미·일 3국이 북한의 도발에 긴밀하게 협력하는 분위기가 마련된 건 다행한 일이다.

북한이 2017년 9월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장면. 북한이 전날 태평양상으로 쏘아올린 '화성-12형'은 일본 열도를 통과했다. [중앙포토]


문제는 북한이 IRBM 발사를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전략 도발에 나서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더 고조될 것이란 데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믿고 앞으로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한 포럼에서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으나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응답했다”며 미국이 북한에 수차례 대화를 제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김정은·김여정 남매는 이미 한국을 상대로 전술핵을 선제 사용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북한의 최근 도발이 무기 고도화 시험 차원을 넘어 군병력 대상 실전 훈련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엄중한 상황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도 변수다. 우리 사회의 안보 경각심은 무뎌져 있고, 정치권은 진영 싸움에 여념이 없다. 어제 일본 NHK가 긴급 특보를 하는 동안 우리 공영방송은 태평스레 토크쇼를 방영했다. 외교·안보 당국의 집중력,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 한목소리로 일관되게 대응할 때 위협이 아닌 협상의 길로 북한을 나오게 할 수 있다. 국론이 분열되면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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