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때리기로 '비속어 파문' 덮으려는 여당

편집위원회 2022. 10. 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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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MBC 길들이기' 소재로 삼고 있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으로 쏟아지는 비난을 특정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정치적 위기 타개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는 보수성향인 MBC 제3노조의 주장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확인 없이 "(대통령 발언이 보도된) 22일 오전 MBC 뉴스룸은 엠바고가 언제 풀리냐?며 신이난 듯 떠드는 소리에 시끌벅적했고, 바이든이 맞냐고 의심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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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MBC 길들이기’ 소재로 삼고 있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으로 쏟아지는 비난을 특정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정치적 위기 타개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팎으로는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대통령의 이율배반적 행태가 유감스럽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집권세력의 대응은 상식에 어긋났다. 대통령 비속어 발언 뒤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XX는 맞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증 없이 이야기하겠냐”고 사실상 시인했지만 나흘 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XX’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XX’ 발언이 한국 국회를 겨냥했다던 김 수석 발언도 며칠 뒤 “야당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라는 대통령실 해명으로 뒤집어졌다.

해명에 해명을 요구해야 하는 사태도 우스꽝스럽지만 ‘아무 잘못이 없는 대통령을 언론이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는 식의 태도가 집권세력 전체에서 느껴진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여기에는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 비속어 사용 여부에 대해 침묵하던 윤 대통령은 귀국 후 첫 출근길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했다”며 사태를 ‘언론 오보’ 탓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경위야 어찌됐건 유감 표명으로 사태를 수습할 줄 알았던 이들은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윤 대통령으로서는 해외 순방의 성과가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묻혀버리는 점이 억울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의 행동을 감시하고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자유의 폭넓은 보장은 민주사회의 중대한 원칙이다. 사실 확인 여부에 무리하게 집착하면서 이를 언론의 오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민주사회에서의 언론 역할에 대한 몰이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일부 언론이 마치 MBC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자막을 조작했다는 집권 세력의 일방적 주장을 무분별하게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보수성향인 MBC 제3노조의 주장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확인 없이 “(대통령 발언이 보도된) 22일 오전 MBC 뉴스룸은 엠바고가 언제 풀리냐?며 신이난 듯 떠드는 소리에 시끌벅적했고, 바이든이 맞냐고 의심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초 대통령이 비속어를 쓰지 않았다면 현지에서 대통령실이 보도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건 상식적 추론이다. 해당 매체들은 권력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의 본령을 잊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MBC 탓을 하며 감싸려는 집권세력의 총공세는 가관이다. MBC를 포함해 정권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케 할 정도다. MBC뿐 아니라 모든 방송이 대통령의 발언을 ‘이XX’와 ‘바이든’으로 자막처리했는데도 대통령 비서실은 MBC 사장에게 보도 경위를 따지는 공문을 보냈고, 대통령 비서실장은 “가짜뉴스로 한미동맹을 훼손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여당은 MBC를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등 국내 언론현업단체가 비판한 것은 물론이고 국제기자연맹이 언론자유 침해라는 입장을 낸 것은 당연하다.

정치 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은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비판자들을 적대시하는 전임 정권 태도에 대한 중도층의 실망 탓이 컸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붙이고 악법인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추진하는 등 언론의 입을 다물게 하려던 전임 정권의 행태를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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