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뉴스레터 붐' 3년.. 수익화·지속가능성 사이서 고민

김달아 기자 2022. 10. 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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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택 감원 등 흐름 변화..
구독자·오픈율 넘어 '생존 지표' 찾기 분주

뉴스레터 ‘뭐라노’를 만드는 국제신문 디지털부문은 이달 6일까지 대면 강의 프로그램 ‘뭐라노 클래스’를 진행한다. 뭐라노 클래스의 지향점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웃들이 깊게 소통하는 소규모 공부 모임’이다. 참가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반드시 뭐라노 뉴스레터 구독자여야 한다. 국제신문이 3년 가까이 운영해온 뉴스레터의 확장성을 가늠하기 위해 처음 시도하는 오프라인 사업이어서다.

기성언론계에 2019년 다시 불기 시작한 뉴스레터 바람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유행 초반처럼 열풍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 2~3년간 여러 뉴스레터가 자리 잡았고 새 브랜드도 꾸준히 생겨났다. 하지만 뉴스레터가 지속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최근엔 전 세계 뉴스레터 유행을 주도했던 미국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Substack)마저 ‘경기 침체 대비’를 이유로 전체 인력의 14%를 감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언론사 뉴스레터들도 구독자 수와 오픈율을 넘어 생존 지표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뉴스레터 ‘뭐라노’를 만드는 국제신문 디지털부문은 뉴스레터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6일까지 4차례에 걸쳐 대면 강의 프로그램 ‘뭐라노 클래스’를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부산 연제구 한 카페에서 열린 뭐라노 클래스 1회차 강연 모습. /국제신문 제공

언론사가 가져가는 뉴스레터의 순기능은 분명하다. 가장 먼저 종이신문, TV, 웹사이트, 포털 등 기존 플랫폼 외에 이메일이라는 유통 창구를 재발견했다. 여기서 디지털 구독자를 확보해 직접 소통하며 보다 단단한 멤버십을 구축할 수 있다. 이메일 자체가 새로운 콘텐츠 형식을 실험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겨레에서 뉴스레터 발행을 총괄하는 박현철 콘텐츠기획부장은 “뉴스레터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굉장히 적극적인 구독자들을 만나 그동안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바로 받는다는 것”이라며 “그런 반응이 내부 사기를 높이고 콘텐츠 방향성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겨레는 뉴스레터를 통해 새로운 독자층과 소통하고 있다. 한겨레 뉴스레터 구독자의 70%는 20~30대로, 종이신문 주요 구독층(50대 이상) 연령대와 확연히 다르다.

뉴스레터는 전담 기자 개인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경우 특정 주제에 전문성을 가지고 제작할 때 더 큰 효능감을 체감할 수 있다. IT·테크·스타트업·혁신경제 이슈를 다루는 매일경제 ‘미라클레터’의 이덕주 기자는 “뉴스 큐레이션처럼 개성 없는 방식보다는 기자들이 전문성을 살려 뉴스레터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개인의 경쟁력 강화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미라클레터는 지난 2019년 4월 1호를 발행한 이후 현재 구독자 6만5000여명을 확보했다. 국내 언론사 뉴스레터 가운데 구독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평균 오픈율도 40%대에 달했을 정도로 정량적 수치가 뛰어나다. 이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미라클레터가 직면한 과제다.

이덕주 기자는 “그동안 여러 수익화 방향을 시도해왔다. 오프라인 행사는 독자들과 만난다는 의의 외에 생각보다 효율이 높지 않았고, 법적 규제 때문에 제목에 ‘(광고)’ 표시를 붙여야 하는 뉴스레터 내 콘텐츠 광고는 오픈율이 많이 떨어진다”며 “뉴스레터 부분 유료화도 고려했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봤다. 수익 측면에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문은 뭐라노 클래스를 수익 사업의 테스트베드로 삼았다. 이번 첫 프로그램은 ‘맛과 인문학의 만남’을 주제로 4회에 걸쳐 무료로 열어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하송이 국제신문 디지털콘텐츠팀장은 “뉴스레터만 해선 더 이상 확장성이 없다. 그런다고 뉴스레터 스타트업인 뉴닉이나 어피티처럼 광고 콘텐츠를 하기엔 우리가 애써 확보해놓은 구독자들을 잃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돈 안 되는 뉴스레터에 계속 인력을 투입할지 말지, 아니면 수익 사업으로 확장해나갈지를 판단해야 할 지점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레터 수익 모델 중 하나인 유료화는 언론사에선 올해 들어 현실화했다. 중앙일보 ‘팩플레터’는 회사 차원에서 이달 중 적용 예정인 유료화 서비스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조선일보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올 초 가장 먼저 유료화를 시작했다. 2020년 3월 론칭해 주 3회씩 무료로 발행해오다가, 지난해 말 구독자 1만명에 도달한 이후부턴 유료 구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획 단계부터 ‘1만명 돌파 시 유료화’를 계획했다고 한다. 도입 초기엔 월 구독료가 4100원이었지만 지금은 6900원이다. 무료 버전에선 뉴스레터의 일부만 제공해 유료 구독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스타트업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임경업 조선일보 기자는 “스타트업이 니치한 시장인데다 중간에 구독료를 30%나 올렸는데도 유료 구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료화 시행 이후엔 독자 피드백이 더욱 빠르고, 빈번하게, 직접적인 내용으로 와서 콘텐츠에 바로 반영한다”며 “목표는 유료 전환율 10%”라고 밝혔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임 기자는 “저와 성호철 도쿄특파원이 가욋일로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회사가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저희에게 인센티브로 주고 있다”며 “수익성 있는 부업이자 커리어 개발 차원에서 뉴스레터를 지속해서 만들어갈 동인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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