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8월4일 '전기차 전문', 8∼10일 중국 출장중 보고받아"(종합2보)
박진, "한미 FTA·韓기업 대미투자, 美와 협의할 수 있는 근거"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지연 기자 = 주미 한국대사관이 지난 8월 초 서울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전기차 세액공제 개편안 관련 전문을 보냈지만,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해외 출장 중이어서 즉각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장관은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관련 질문에 "8월 4일에 주미대사관에서 저희 외교부로 IRA상 전기차 세액공제 개편안 관련 전문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때는 제가 캄보디아에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외교부와 박 장관의 이날 설명을 종합하면 박 장관은 이후 이어진 중국 출장(8월 8∼10일) 중 전문 관련 구두 보고를 받고 업계 접촉 등 초동 대응을 지시했다.
그리고 출장에서 돌아온 8월 11일에 양자경제외교국으로부터 서면보고를 받고 영향 평가, 법안 심층 검토, 향후 대응전략 마련 등을 지시했다.
박 장관은 8월 3∼6일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했고 8∼10일에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중국 칭다오를 찾았다.
특히 8월 5일에는 역시 프놈펜을 방문 중이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약식 회담을 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당시 블링컨 장관에게 IRA 문제를 얘기했느냐는 질문에는 "당시에는 외교부와 산업부가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협의하고 있었다"며 "그 내용을 정확하게 판단을 해야 여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국내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우선 집중하던 상황이었다는 의미지만, 당시엔 박 장관이 보고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애초에 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8월 4일에 이미 주미대사관의 전문이 외교부 본부로 들어온 상황에서 외교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보다 기민하게 판단했다면 블링컨 장관과의 고위급 협의 기회를 살릴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미 국무장관과 약식회담시에는 IRA 법안이 미 상원 전체회의에 상정도 되지 않은 단계였고, 법안에 대한 심층 검토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에 대한 영향 평가, 대응전략에 대한 검토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미측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였다"고 해명했다.
IRA 관련 내용이 박 장관에게 처음으로 보고된 것은 이에 앞선 7월 29일이었다.
주미대사관의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 통과 관련 보고에 최초로 초보적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이 박 장관에게 여타 의회 내 동향도 지속 주시 중이라고 보고했다.
박 장관은 "IRA 법이 '전광석화'처럼 통과됐다"면서 "저희가 일찍 파악하고 (주미대사관의) 로비회사가 이런 움직임을 감지, 파악해 대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 당시 이것을 막거나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건 상당히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국내정치, 법안이 처리되는 상황, 행정부나 의회나 미 무역대표부(USTR) 등 기관에서 하는 내용을 완벽하고 신속하게 파악해 대응할 능력이 있으면 상당히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개선할 점이 있으면 전향적으로 조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8월 4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 시점에 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도 "펠로시 의장의 방한 시점에는 IRA 법안이 미 상원 본회의에 공식 상정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미국이 '메이드 인 아메리카',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쓰는 것은 국내 정치논리도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것을 감안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만큼 요구할 게 있으면 분명히 당당하게 요구해서 이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
특히 박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근거로 한 대미 설득 전략을 언급했다.
그는 "한미 FTA에 내국민대우 조항이 있고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려 하기 때문에 우리가 북미는 아니지만 차별적 대우를 유예하거나 면제해 줄 방안이 있지 않겠느냐"라며 "충분히 미국과 협의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했다.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도 "저희 사정과 똑같지는 않지만 공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저희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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