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살'처럼 머리 쓰고 꼬리 이용하는 장구벌레 사냥 첫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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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의 유충(애벌레)인 장구벌레가 물속에서 머리를 작살처럼 내뻗어 먹이를 잡는 장면이 처음으로 고속 카메라에 포착돼 학계에 보고됐다.
연구팀이 이번에 초당 4천 프레임이상 촬영할 수 있는 디지털 고속 카메라를 활용해 누구도 보지 못했던 모기 유충의 사냥 장면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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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모기의 유충(애벌레)인 장구벌레가 물속에서 머리를 작살처럼 내뻗어 먹이를 잡는 장면이 처음으로 고속 카메라에 포착돼 학계에 보고됐다.
이 장면은 장구벌레 크기가 작은데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져 지금까지는 볼 수 없는 세계였다.
미국곤충학회(ESA)에 따르면 덴버 메트로폴리탄주립대학교 생물학 교수 로버트 핸콕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모기 유충의 사냥 행동을 디지털 고속 카메라로 포착해 분석한 결과를 곤충학회지(Annals of the Entomological Society of America)에 발표했다.
모기는 성충이 돼 날기 전까지 물웅덩이 등 수생환경에서 생활하며 조류(藻類)나 박테리아, 미생물을 먹이로 삼지만 일부는 다른 모기 유충이나 수생 곤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핸콕 교수는 모기 유충 중에서 다른 유충을 잡아먹는 포식 종을 연구해 왔는데, 학부 위생곤충학 수업 중 현미경을 통해 이를 처음 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빠르게 벌어진 일이라 어떤 방식으로 사냥이 이뤄졌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이번에 초당 4천 프레임이상 촬영할 수 있는 디지털 고속 카메라를 활용해 누구도 보지 못했던 모기 유충의 사냥 장면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모두 10건이 촬영됐는데, 이 중 5건은 포식에만 의존하는 '톡소린키테스 암보이넨시스'(Toxorhynchites amboinensis)와 프소로포라 킬리아타(Psorophora ciliata) 등 두 종의 사냥 장면을 담았다.
나머지 5건은 사냥도 하고 미생물을 먹기도 하는 '사베테스 키아네우스'(Sabethes cyaneus) 종을 포착했는데, 포식에만 의존하는 종과는 사냥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톡소린키테스와 프소로포라 종은 순식간에 목을 늘려 머리를 먹잇감 쪽으로 뻗으면서 턱과 수염 같은 털을 벌렸다가 오므리며 먹이를 낚아채는 방식으로 사냥을 한다. 작살처럼 머리를 뻗는 독특한 행동은 복부 쪽에 압력을 축적했다가 방출하며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베테스 종은 이와달리 꼬리로 먹잇감을 유인한 뒤 턱을 벌리고 있는 머리 쪽으로 밀어넣는 방식으로 사냥했다.
모두 15밀리초(ms·1ms=1천분의 1초)밖에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사냥이 이뤄졌다. 이는 포식 모기유충의 사냥이 학습이 필요 없는 '고정적 동작 패턴'이라는 고도로 발달한 반사 행동이라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핸콕 교수는 이를 여러 개의 작은 개별 근육이 작동하는 '연하'(嚥下·삼키기)와 같은 것에 비유하면서 "모든 것이 협력해서 작동해야 하지만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포식 모기의 사냥 행동도 같다"고 설명했다.
톡소린키테스와 프소로포라 종은 유충의 사냥 행동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특히 톡소린키테스는 성체가 되기까지 5천 마리의 유충을 잡아먹어 말라리아 등을 옮길 수 있는 모기 방제책의 하나로 연구돼 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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