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사내대출 '부익부 빈익빈'
조선일보, 주담대 3억까지 연1.8% 대출
대부분 회사 자금 출연해 대출 시행
사우회·노조 출자금 운영하는 곳도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대(지난 3일 기준)로 올라섰다. 치솟는 금리와 대출제한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지 않는 사내대출에 눈을 돌리는 기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9개 종합일간지, 지상파3사 등 15곳 언론사를 대상으로 사내대출 운영 현황을 조사했다.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사내복지기금 등 회사 자금을 출연해 대출 사업을 시행한 언론사들도 있었지만, 사우회, 노조 대출 등 언론사 구성원이 낸 출자금으로 대출을 운영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언론사 사내대출 중에서 대출한도가 가장 높은 곳은 조선일보다. 지난 1월 조선일보는 사원 복지를 대폭 강화한다는 취지로 사내복지기금에 400억원을 추가 출연, 주택자금 대출한도를 최대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증액했다. 대출 이자는 기존 연 1.8%를 유지하고, 상환기간을 최대 15년에서 18년으로 늘렸다. 시행 첫 달에만 41명이 사내대출을 받을 정도로 내부 반응은 뜨거웠다. “타 언론사는 물론 대기업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지난 1월7일자 조선일보 사보)의 혜택에 조선일보 기자들의 ‘이직 러쉬’가 한동안 끊겼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다.
동아일보·한국일보·SBS도 사내복지기금을 통해 사내대출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 동아일보는 기금을 추가 출연해 최대 대출 한도를 기존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렸다. 주택임차자금·주택구입자금대출 한도는 최대 1억원이고, 생활자금 대출은 최대 3000만원이다. 지난 2017년 사내복지기금을 신설한 한국일보는 현재 20억원 규모로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금으로 주택자금대출(최대 5000만원), 생활자금대출(2000만원)을 각각 연 2%, 2.25%로 빌려주고 있다. SBS는 사내복지기금으로 주택구입자금(최대 5000만원), 전세자금(3000만원), 생활자금(2000만원)을 연 2.5% 이율로 대출해주고 있다.
한겨레는 회사 자금에서 예산을 정해 사내 임직원 대출제도를 운용한다. 1인당 최대 대출한도는 8000만원(퇴직금 한도 내)으로, 매월 초 신청을 받아 치료비·전세자금·생활자금 순으로 결정한다. 안재승 한겨레 상무는 “3000만원에서 5000만원, 8000만원까지 대출한도를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며 “치료비, 전셋값 등 갑자기 목돈이 들어가는 상황이 생긴 직원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뿐만 아니라 꾸준히 대출 신청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회사가 기금 출연이나 예산을 통해 이익금 일부를 구성원 복지를 위해 돌려준다는 점에서 이들 언론사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다만 매일경제,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은 신용협동조합이나 사우회, 공제회를 통해 대출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일보신협은 최대한도 5000만원, 한국경제사우회는 최대 4000만원을 빌려주고 있지만, 대부분은 회사 차원의 대출보다 한도가 소액일 수밖에 없다.
한 경제지 기자는 “조선일보 소식을 듣고 언론사간 양극화를 느꼈다”며 “서울 집값은 너무 비싸고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어 이자 부담이 크다. 대기업에 비하면 기자 월급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런 적극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언론사 인력 유출도 심한데 사내대출이 인재를 잡아둘 수 있는 방안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언론사 노조에서 대출사업을 운영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지난 6월 SBS 노조는 2000만원 규모의 융자사업을 시행했다. 고정금리 2.4%이고, 매월 3명씩 대출 신청이 이뤄진다. 연합뉴스 노조는 지난 5월 대출한도를 7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였다. 한겨레, 국민일보 노조는 각각 최대 1000만원, 300만원을 대출해주고 있다.
노조 대출에 구성원들은 적극적이다. SBS 노조 대출의 경우 시행 첫 달인 지난 7월 접수 시작 0.2초 만에 대출 희망자 30명이 모두 마감됐다. 연합뉴스 노조 대출도 한도가 증액되며 신청자가 늘었다. 노재현 연합뉴스 노조위원장은 “올해 3월 이후 6개월 동안 조합원 62명이 대출을 신청했다. 지난 5월 노조가 대출 한도를 1000만원으로 올리면서 예전에 비해 많아 진 것”이라며 “시중 은행 금리가 점차 오르는 것으로 보고 노조 대출이라도 한도를 올리면 조합원들 사정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기자들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악화되며 많은 언론사들이 인력 유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복지 강화 차원에서 사내대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일경제 노조는 올해 1분기, 2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사내대출 등 다양한 복지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효혜 매일경제 노조위원장은 “기자 연봉이 과거만큼 높지 않고, 대출 심사를 했을 때 타 직종 대기업, 전문직보다 적게 나오는 경향이라 회사가 보전해 주는 식의 사내대출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며 “회사에서 목돈 만들기가 쉽지 않아 시간이 걸릴 작업이라는 경영진의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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