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文 조사 시도 무례하다".. 與 "조선시대 왕이냐, 성역 안 돼"

김형원 기자 2022. 10. 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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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與野)는 국정감사 첫날인 4일 법제사법위에서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를 놓고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도는 무례하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하자, 국민의힘은 “문재인이 왕(王)이냐, 전직 대통령은 성역(聖域)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이날 법사위는 법원에 대한 국감이 예정된 날이었는데 여야는 오전 내내 감사원 관련 공방만 주고받았다.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의사 진행 발언을 신청해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기 의원은 “이번 상황을 보면서 최재해 원장이 감사원장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는 게 명확히 드러났다”며 “유병호 사무총장이 떠들고 다녔던 소위 ‘고래 사냥’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최종 목표는 문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안팎에서 유 사무총장이 ‘고래를 사냥하라’는 언급을 했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 고래가 문 전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권칠승 의원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도는 무례할 뿐 아니라 모욕을 주기 위한 전형적인 정치 감사”라며 “감사원의 단독 결정이라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감사원 조사 시도에 정부·여당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공세에 국민의힘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하자 트위터에 올렸던 글을 소환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을 부정하면서 조사를 거부했다.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게 아니라 그냥 피의자로 다루면 된다. 즉각적 강제 수사를 촉구한다’고 썼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문 전 대통령으로 바꿔 그대로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도 “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표의 감사·수사에서만큼은 성역을 인정하라는 것인지 민주당 의원들에게 되묻고 싶다”고 했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2016년에 ‘대통령은 설령 피의자가 아니더라도 앞장서 진실을 밝힐 책무가 있다’는 주옥같은 말씀도 하셨다”고 했다.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 조사에 ‘무례한 짓’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조선왕조실록에서도 흔치 않은 용어다. 아직도 왕이 있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고도 했다.

여야는 지도부가 총출동해 장외에서도 설전을 벌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며 “이전 대통령들도 감사원 질문에 다 응했는데, 문 전 대통령은 특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냐”라고 했다. 김석기 사무총장도 “전직 대통령 두 분을 무자비하게 감옥에 보낸 분이 서면 조사조차 무례 운운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규탄 대회를 겸한 의원 총회를 열었다. 이재명 대표는 의총에서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정치 탄압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총칼로 경쟁자를 짓밟았던 독재 정권처럼 사정 권력으로 공포정치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감사원 앞에서 의원들이 릴레이 1인 시위도 시작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 전 대통령 조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민주당 주장을 반박했다.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에 앞서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에 조사 요구를 했다가 거부당했는데, 민주당은 전직 국정원장을 건너뛰고 문 전 대통령 조사에 나선 건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그간 조사를 통해 전반적 사실관계를 파악했다”며 “일부 대상자가 조사를 거부했더라도 기존 확보한 자료와 진술 등을 토대로 그 상급자에게 질문서를 보내는 것은 조사 절차를 건너뛴 게 아니다”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 조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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