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에 생기 불어넣은 '황혼의 노래'

고귀한 기자 2022. 10. 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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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함평 '도도리 합창단'
전남 함평군 해보면 상모마을 입구에서 노래를 연습 중인 도도리 합창단 단원들. 상모마을 제공
50~80대 어르신 단원 30여명
2017년부터 ‘다듬타’ ‘컵타’ 등
모임 만들어 음악과 함께해온 삶
참여 희망자 늘자 합창단 결성
21일 시작되는 함평 ‘국향대전’
풍성한 합창무대 선보일 계획

“불갑산 자락에 임천산을 에두르고. 졸졸 흐르는 해보천 마르지 않네. 희망찬 상모로 떠나가 보세~”

한적한 시골 마을에 연륜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노랫가락이 울려 퍼진다. 5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르신 30여명은 마을 입구에 자리한 아름드리 느티나무 숲 아래 모여 합창 연습에 열심이다. 수시간째 허리를 곧게 펴고 두 손을 배꼽에 모은 채 노래에 집중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 어르신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전남 함평군 해보면 상모마을의 ‘도도리 합창단’ 이야기다. ‘도도리’라는 이름은 ‘음악을 통해 젊은 시절로 함께 되돌아가자’라는 뜻과 음악 기호의 ‘도돌이표’에서 착안해 붙였다.

도도리 합창단 구성원들은 처음부터 합창단을 결성하려고 모인 게 아니다. 마을 주민들은 2017년부터 옛날 어머니들이 빨래를 펴기 위해 두드리는 ‘다듬이’의 디딤돌 연주를 통해 ‘할머니들의 다듬타’, 컵 연주를 하는 ‘컵타’ 모임 등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은 마을공동체의 중요성과 가치를 대내외에 알려 왔다.

이후 전국 다듬이대회, 마을 뽐내기 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들이 늘자 2018년 1월 도도리 합창단을 구성하게 됐다.

어르신들은 단순 가요 노래 교실이 아닌 ‘소프라노’ ‘알토’ ‘메조소프라노’ 등 역할을 나눠 연습하고 무대에 오른다. 최근 열린 ‘2022 해보면 꽃무릇 큰잔치’ 축제에서는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합창단의 최연장자인 박옥순씨(89)는 “합창단 연습 있는 날이 가장 기다려진다”며 “젊은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도리 합창단이 부르는 곡도 다양하다. 서정적 멜로디와 노랫말이 인상적인 ‘과수원길’ ‘고향의 봄’ ‘아름다운 나라’ 등 15곡에 달한다. 특히 마을의 역사와 특징을 담은 ‘희망찬 상모’가 대표적이다. ‘희망찬 상모’는 굿거리장단으로 된 4분짜리 노래로 마을 주민이자 도도리 합창단 사무장인 박미숙씨(55)가 직접 작사·작곡했다.

도도리 합창단은 오는 21일부터 11월6일까지 함평 엑스포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국향대전’ 무대를 준비 중이다. 기존엔 건반을 통한 배경음에 여성 단원들의 합창이 전부였다면, 이번 무대에서는 남성 단원들의 통기타 연주를 새로 추가해 더욱 풍부한 합창으로 귀를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박미숙 사무장은 “주민 모두가 합창을 매개로 하나 돼 더욱더 재미있고 즐거운 황혼기를 보낼 수 있도록, 더 고민하고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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