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비를 자산 회계처리?..투자자 혼란만 커질라[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박동흠 회계사 입력 2022. 10. 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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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회계사

최근 금융위원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앞으로는 임상 1상 개시 승인 전 지출이더라도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인정되는 경우 개발비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보수적인 회계처리 관행을 개선해 기업별 상황에 적합한 회계처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개발비 회계처리는 예전부터 논란이 꽤 많았다. 해외에서는 관련 지출을 깔끔하게 비용으로 회계처리를 하므로 사실 이슈화되지 않는데 왜 한국만 유독 자산처리를 하냐며 외국계 투자은행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금융당국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회계처리를 들여다보고 조처를 했다.

상장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실적이 안정적인 제약기업은 개발비를 비용처리하고 연구 중심의 바이오기업은 매출이 거의 없다 보니 자산처리를 하는 경향이 짙다.

회계학에서 자산은 미래 경제적 효익이 기업에 유입될 가능성이 큰 자원으로 정의한다. 미래에 돈을 벌어줄 수 있어야 자산이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제약·바이오 산업은 신약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판매 승인도 장담하기 쉽지 않아서 개발비를 자산으로 잡기에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임상과 승인 절차를 다 통과해서 상업화가 된다고 해도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투자비 이상의 돈을 벌기도 쉽지 않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판매를 했지만 상업적인 성공사례는 거의 없었다.

국내의 연구 개발 중심의 바이오기업 대부분이 기술성장기업 상장 특례에 따라 코스닥에 상장을 많이 했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5년 연속 영업적자를 낸 기업은 상장폐지 대상이지만 이렇게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상장한 기업들은 예외이다. 이들 회사는 성과를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년간 적자를 냈다고 상장폐지를 시키지 않는다.

투자자들도 이런 내용을 알기 때문에 재무제표보다는 주로 기술력과 기술수출 가능성 등 질적 정보를 살펴보고 투자 의사 결정을 한다.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 중이라 매출액이 거의 없고 영업이익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재무제표 분석은 크게 의미가 없다.

기업 입장에서 적자 폭이 작고 자산이 많아야 투자자들에게 좋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사업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결국 임상 1상 개시 승인 전 지출에 대한 개발비 자산 인식 허용은 투자자나 회사에 크게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부분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과 회계처리 차이로 인해 회계 신뢰성만 더 떨어뜨릴 수도 있다. 가뜩이나 회계 투명성이 63개국 중 37위에서 53위로 추락해 체면을 구긴 상황인데 더 악영향을 줄까 우려스럽다.

제약·바이오는 모험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자본 조달 없이는 사업을 이어 나가기가 어렵다. 당장 손익이 나지 않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면 투자자들은 기꺼이 돈 가방을 열 것이다. 재무상태표에 개발비 자산이 많아도 내용이 좋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자산에 개발비를 많이 잡았는데 임상 통과를 못하거나 제품이 잘 안 팔리면 나중에 거액의 자산을 한꺼번에 손실로 떨어내야 하니 이게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 맞춰 기업들을 배려한 지침으로 보이지만 재무제표 이용자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될 수 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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