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윤석열차' 만화진흥원에 "책임 묻겠다"..부천시장 "창작 자유"

세종=손덕호 기자 2022. 10. 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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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오전 11시 "정치적 주제 노골적 다룬 작품"
오후 9시 "만화영상진흥원에 엄격한 책임 묻겠다"
만화영상진흥원, 부천시 출연 재단..문체부 지원
野 부천시장 "왜 풍자했냐고 물으면 청소년은 뭐라 답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하는 내용의 한 고등학생 그림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최근 개최한 한국만화축제에서 ‘금상’을 수상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만화영상진흥원에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만화영상진흥원을 설립한 부천시의 조용익 시장은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인터넷 캡처

문체부는 이날 오후 9시 넘어 배포한 입장문에서 “만화영상진흥원이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승인 사항을 위반했음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른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날 오전 11시쯤 배포한 입장문에서는 “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만화영상진흥원은 부천시가 출연해 1998년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문체부와 경기도가 지원하고 있다. 문체부는 “만화영상진흥원은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지만 국민의 세금인 정부 예산 102억원이 지원되고 있다”며 “공모전의 심사 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했다.

‘윤석열차’ 수상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한 정부 후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문체부는 “후원 명칭 사용승인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승인 사항을 취소하고, 3년간 후원 명칭의 사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이날 첫 번째 입장문 후 9시간쯤 지나 낸 두 번째 입장문에서는 “만화영상진흥원이 제23회 학생만화공모전을 개최하면서 문체부의 승인 사항을 위반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개막식에서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체부에 따르면 만화영상진흥원이 제출한 공모전 개최 계획은 ▲작품의 응모자가 불분명하거나 표절․도용․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 ▲응모요강 기준(규격·분량)에 미달된 경우 ▲과도한 선정성․폭력성을 띤 경우를 결격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 중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에 ‘윤석열차’가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실제 공모요강에서는 위 결격사항이 누락되었고, 심사위원에게 결격사항이 공지되지 않았다”면서 “또 미발표된 순수창작품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후원명친 사용 승인 취소 사유”라며 “규정에 따라 신속히 관련 조치를 엄정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용익 부천시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 짜리 만화’다. 풍자는 창작의 기본”이라며 “카툰 공모에 왜 풍자를 했냐고 물으면 청소년은 무어라 답을 해야 하는가”라고 썼다.

이어 조 시장은 “기세대의 잣대로 청소년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어디선가 상처받아 힘들어하고 있을 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에 대한 통제는 민주주의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용익 부천시장. /뉴스1

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전날(3일) 폐막한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만화가 전시됐다.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고, 그 앞에 있는 시민들이 놀라 달아나는 모습을 그렸다. 운전석 위치에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고, 뒤의 객차에는 검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칼을 들고 서 있다.

‘윤석열차’는 윤 대통령의 이름과 ‘열차’를 합친 표현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영국의 아동용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에 나오는 주인공 토마스 기관차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지난 7~9월 진행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9월30일~10월3일)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다.

대통령실은 ‘윤석열차’와 관련해 “저희가 따로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풍자 만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부처에서 대응했다면 그것을 참고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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