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헤친 토성·넘어진 묘비..군부대 內 문화재 훼손·방치

박경준 2022. 10. 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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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의 군 부대 안에 있는 문화재는 확인된 것만 천 5백 곳이 넘습니다.

하지만 군사 지역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조사나 발굴 작업이 어려워 훼손된 채 방치된 문화재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박경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파른 돌계단을 한참 올라갔더니, 높이 350미터 산 봉우리에 돌을 켜켜이 쌓아 만든 보루가 나타납니다.

1500년 전, 고구려인들이 만든 방어와 감시용 유적으로 추정됩니다.

군사지역 내에 있다 보니 녹슨 철조망이 곳곳에 보이고, 성벽 중간에는 작전용 계단마저 설치돼 있습니다.

역시 삼국시대 조성된 토성입니다.

한때 군부대가 주둔했던 터라 토성 밑으로 참호와 진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문화재에 끼칠 영향은 조사조차 못 해봤습니다.

[박윤정/문화재청 발굴제도과 과장 : "삼국시대 평지에 조성된 토성이고요. 고구려로 현재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성벽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또 성 내부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지난 16년 동안 군부대 내에서 확인된 문화재는 1,554건.

성곽과 묘지를 비롯해 청동기, 고인돌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군사 지역이란 특수성 탓에 전문적 관리나 보호는 쉽지 않습니다.

역사적 가치를 평가하는 정밀 조사나 발굴 작업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입니다.

2006년에서야 문화재청에서 현황 파악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확인한 건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김승수/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 "군 장병 중에 전문가들을 별도로 지정해서 전담 인력으로 관리를 한다든지 또 전문가로 하여금 주기적으로 군사 시설 내의 문화재에 대해서도 이렇게 확인 또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당장은 추가 훼손이 없도록 관리 감독에 힘쓰면서, 장기적으로는 군부대 내 문화재 관리 전문 인력과 예산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박경준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영상편집:김유진

박경준 기자 (kjpar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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