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K] "40년 넘은 가로수도 싹둑"..도로 확장에 사라지는 가로수

이경주,조창훈 2022. 10. 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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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올해 초 제주시가 도로를 확장한다며 40년이 넘은 벚나무를 베어낸 일 기억하시나요?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함께 그동안 행정의 도로 확장 정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볼 계기가 됐는데요,

KBS는 제주에서 수십 년 된 가로수가 사라지는 현장을 찾아보고 가로수의 역할은 무엇인지 앞으로 정책 방향을 짚어보는 주목 K를 준비했습니다.

오늘 첫 순서로 도로 확장을 위해 가로수가 잘려나간 실태를 이경주, 조창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름드리 벚나무 6그루가 무참히 베어졌습니다.

제주시가 일주도로 확장 공사를 위해 40년 넘은 벚나무를 중장비를 동원해 잘라낸 겁니다.

주민들은 직접 심은 나무를 동의도 얻지 않고 베어냈다며 울분을 토합니다.

[권진옥/제성마을 주민/지난 3월 : "내가 너무 꽃을 좋아하니까 (남편이) 꽃을, 이것을 당신(남편)이다 생각해서 봐. 그래서 남편 보듯이 바라봤는데 이렇게 몽땅 잘라버리고…."]

6개월 후,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중단됐던 공사가 최근 다시 시작됐습니다.

주민들은 제주시가 또다시 마을에 남은 나무들마저 베어내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제주시는 베어낸 나무와 같은 벚나무를 심겠다고 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벚나무를 자른 지난 3월 이후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공사를 강행한다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오면신/제성마을 왕벚나무대책위원장 : "자연을 너무 등한시하고 스토리가 있는 나무인지 주민한테 이야기도 들어보고 마을의 역사라든가 알고 하는 게 아니고 무조건 도로만 넓히면 된다."]

2017년, 제주도가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한다며 버스 전용 중앙차로를 만든 중앙로 일대.

당시 7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구실잣밤나무를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에 나무를 옮겨심었습니다.

옮겨진 나무들은 잘 자라고 있을까?

취재진이 찾은 현장은 그야말로 참담했습니다.

이식된 나무들 주변으로 수풀이 잔뜩 우거져 오랫동안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좁은 공간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심겨 있고, 이식 과정에서 가지들이 잘려나가 최고령 나무의 웅장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 "도로를 넓힌다고 가로수를 없애고 옮긴 가로수는 고사하고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고 새로운 도정 들어서도 도로 확장에만 전념하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도로를 넓히기 위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가로수.

수십 년 세월 동안 시민들의 그늘이 되어 주고 작은 숲 역할까지 하는 가로수를 없어도 그만인 시설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경주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이경주 기자 (lkj@kbs.co.kr)

조창훈 기자 (walk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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