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메네이 "히잡 시위 배후는 미국과 이스라엘" 주장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사진)가 ‘히잡 미착용 20대 여성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비난하면서,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에선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후 정권과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를 보면 하메네이는 3일(현지시간) “경찰을 공격하는 자들이 이란을 깡패, 강도로부터 무방비 상태로 만들고 있다”면서 “이란을 파괴하려는 사람들은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정권은 2019년 이후 가장 큰 시민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아미니의 죽음이 억압적인 통치와 강경한 이슬람주의에 반발하는 계기가 됐으나 이전부터 누적된 경제난과 정권 탄압, 물가 상승 등의 문제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시위 양상도 격렬하다. 지난 2일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동남부 도시 자헤단에서 시위대와 보안군이 충돌해 이란 최정예군인 혁명수비대(IRGC) 소속 대령이 사망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군 행사에서 “젊은 여성의 죽음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증거 없는 의혹으로 히잡을 찢고 쿠란(이슬람 경전)을 불태우는 것은 분명히 정상이 아니”라고 연설했다.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진보를 막기 위해 이런 혼란을 조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는 연일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인권단체인 이란인권(IHR)은 지난 2일까지 이란 전역에서 시위대 13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시위에서 체포된 이들의 수는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란 의회는 “감사합니다, 경찰” 등의 메시지를 내는 등 진압을 옹호해 왔다.
그럼에도 이란 각지에서는 저항이 끊이지 않고 있다. 12개 도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히잡을 쓰지 않은 채 등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대학생 파업 또한 수십개 대학으로 번진 상태다.
AP통신에 따르면 경찰은 테헤란의 샤리프기술대학에서 학생 수백명을 캠퍼스에 가두고 최루탄으로 시위를 해산시켰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3일 성명을 통해 이란의 시위대 탄압을 비판하며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본적 존엄과 평등권을 요구하는 평화로운 이란 시위대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이 강화되는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여성에 대한 학대와 폭력 등을 이유로 이란의 풍속 단속 경찰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김서영·김혜리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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