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m 옹벽 현미경 체크 "OK", 엘리베이터 소음엔 "기계실" 딱 짚어내
A아파트서 소방·전기·옹벽·엘리베이터 등 나눠 전문가 확인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기 주변에 디젤·가솔린차 주차 ‘지적’
“발전할 테니까 준비하시고요.” 스위치를 올리자 ‘쾅쾅쾅’ 소리와 함께 엔진이 돌아갔다. 귀를 양손으로 막지 않고선 견디기 어려운 굉음이 일었다. 비상발전기 전원을 켜자 발생한 소음이었다. 서울 성동구 A아파트 관리센터 관계자는 “비상발전기는 아파트가 정전되면 11초 내에 돌아간다”고 했다. 990ℓ들이 연료통을 꽉 채우면 2000가구가 반나절 동안 전기 이용이 가능하다. 생명유지장치를 이용하는 가정에 정전은 치명적이기에, 위급상황 시 비상발전기는 중요한 설비다.
지난달 23일 오후 4시40분. 2000가구가 사는 A아파트 단지 내 회의실에는 행정안전부, 성동구청, 아파트 관리센터 관계자 등 30여명이 모였다. 행안부가 진행 중인 ‘대한민국 안전대전환’의 일환인 안전점검이 이뤄진 날이었다. 행안부는 지난 8월17일부터 건설현장 2000여개, 산사태 위험지역 2200여개, 위험물 취급시설 1000여개 등 안전취약시설 2만4000여개 위주로 안전점검에 나섰다. 30년 이상 노후주택도 안전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행안부 안전점검은 59일 동안 이어진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된 A아파트 안전점검은 예상보다 꼼꼼하게 이뤄졌다. 소방, 전기, 엘리베이터, 옹벽 등으로 나뉘어 각 분야 전문가가 하나하나 설비를 확인했다. 오후 2시40분쯤 방문한 곳은 아파트 단지 뒤편 15~30m 높이 옹벽이었다. “저 위쪽 배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오문식 건축사가 30m 높이 옹벽 주변을 가리키며 아파트 관리센터 직원에게 물었다. 오 건축사는 옹벽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고선 “아직 옹벽의 변형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균열이 일어나면 바로 알아볼 수 있게 계측센서를 설치해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이동한 아파트 관리실 안쪽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대형 기계가 5대 놓여 있었다. 이 중 한 기계는 각 가구에 설치된 ‘주소형 감지기’가 보내는 화재신호를 포착한다. 화재 예방 시설이 대체로 잘 설치돼 있다고 평가하며 관리센터를 걸어 나오던 고한목 소방기술사는 “주차장에서 개선할 부분이 하나 있다”고 했다. 고 기술사는 앞서 방문한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주변에 디젤·가솔린 차량이 세워진 점을 지적했다. 전기차 폭발 등 사고 시 디젤·가솔린 차량이 섞여 있으면 위험성이 더 커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화재 점검 이후 엘리베이터 점검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이미 3인1조로 작업 중이었다. 승강기안전공단에서 나온 전문가들은 주민이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비상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누수 흔적은 없는지, 침수 대비 배수 시설에 이상은 없는지 등을 점검했다. 엘리베이터 안전점검에선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소음의 진원지를 찾아내 불안감을 해소했다. 일부 주민들이 최근 들어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때 소음·진동을 느꼈다고 하자 공단 직원들이 분석에 나섰다. 공형기 승강기안전공단 차장은 “엘리베이터에도 기계실이 있는데, 보통 아파트 옥상에 설치한다. A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공간 안쪽에 기계실이 있다”며 “기계실이 돌아가며 내는 소리가 원인이다. 장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들은 일부 주민들에게 소화기 사용법과 대피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행안부 관계자들은 분말소화기 내부 압력 유지와 사용기한이 10년인 점도 강조했다.
점검이 끝난 뒤 전문가들은 다시 단지 내 회의실로 모였다. 각자 발견한 개선점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전기점검 전문가 배방호씨는 “가정 내 누전차단기 검사는 정전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피하곤 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검사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공형기 차장은 “아파트가 가구 수도 많고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동별로 구조차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안내 방법을 구체적으로 숙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아파트 관리센터가 지적사항을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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