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전담 경찰관 10명 중 6명 '겸업'..1명이 사건 60건 맡기도
정부, 내년 수사관 증원 '0명'
주로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는 스토킹 전담 경찰관 10명 중 6명이 다른 업무를 겸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이 내년에 스토킹 전담 수사관 150여명을 증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단 한 명도 충원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직후 긴급 회의를 소집해 “전담 경찰관을 보강하겠다”고 발표했던 정부의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8월 기준 스토킹 전담 경찰관 총 279명을 전국에 배치했다. 스토킹 전담 경찰관은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18개 시·도경찰청에 18명, 258개 경찰서에 261명을 배치했다.
대다수 경찰서의 경우 1명인 스토킹 전담 경찰관이 여성청소년과에 배속돼 근무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산하 수원중부·부천원미·광명경찰서 등 3개서에만 전담 경찰관이 2명씩 배치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많은 경찰서는 2명인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1명이 피해자 모니터링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다른 업무와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토킹 전담 경찰관 10명 중 6명은 다른 업무를 겸업하고 있다. 스토킹 전담 경찰관 279명 중 스토킹 사건만 전담하는 경찰은 107명(38.35%)에 불과하다. 나머지 172명(61.65%)은 학대 사건(APO)이나 서무 업무 등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1~8월 기준 스토킹 전담 경찰관 1명이 담당한 사건 수를 보면 관악경찰서 62건, 송파·노원경찰서 각 59건, 경기남부 평택경찰서 50건, 강남경찰서 46건, 인천 미추홀경찰서 45건 등으로 경찰관 1명이 40~60건을 맡은 경우가 여럿이다. 지역별로는 서울(25.06건), 인천(21.1건), 대전(17.5건), 경기남부(16.97건), 제주(16.67건), 경기북부(14.15건) 등의 업무가 상대적으로 과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스토킹 사건을 전문적으로 수사할 전담 수사관을 늘려달라는 경찰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청이 천준호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3년 경찰 인력 증원 요청 대비 증원 예정 현황’ 자료를 보면 경찰청은 내년에 스토킹 전담 수사관 158명을 포함해 수사인력 2093명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는 1명도 증원하지 않기로 했다.
스토킹 범죄와 관련한 예산도 교육예산 1억6300만원, 스토킹 피해자 보호조치 위반 시 부과하는 과태료 업무를 관리하는 시스템 예산 6억7300만원을 새로 반영한 것이 전부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초기라 범죄 심각성 등을 알리려 홍보 예산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올 상반기에 반영되지 않은 인력 증원을 하반기에는 늘려달라고 재차 요청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새 정부 기조가 공무원 인력 감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니 수사인력이 충원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와 계속 논의 중이며 인력 증원 필요성은 정부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직후인 지난달 22일 긴급 당정 협의회를 열고 “전담 경찰관을 포함해 필요한 기구가 있다면 더 보강해야 한다는 것과 2000건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경찰이 수사 중이거나 이미 불송치 결정을 한 스토킹 관련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보겠다”고 했지만 ‘보강’ 약속은 공염불에 그치게 됐다. 권인숙 의원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법 집행 준비가 미흡한 사정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예산과 인력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하얀·이유진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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