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윤 대통령, 지금 휘두르는 칼날이 결국 되돌아갈 것"
감사원 서면 조사 통보에 대정부 총공세..최재해 사퇴 요구
당도 "욕설 외교 궁지 몰린 시점에 느닷없다" 뒷배 의혹 제기
더불어민주당은 4일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서면조사 통보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에 총공세를 가했다. 이재명 대표(사진)는 윤석열 정부를 “독재정권”에 빗대면서 “모든 것을 걸고 결연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조사의 배후로 윤 대통령을 의심하고, 최재해 감사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국정감사 첫날인 이날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정치탄압이 노골화하고 있다”며 “북풍몰이를 빌미로 전직 대통령에 대해 보복감사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총칼로 경쟁자를 짓밟았던 독재정권처럼 사정 권력으로 공포정치에 나선 것”이라며 “정권이 민주주의 파괴를 획책한다면 모든 것을 걸고 결연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비속어 사용 논란도 겨냥하면서 “외교 참사로 국격과 국익이 자유낙하하고 있다”며 “국가 최고 책임자가 본인 발언조차 기억을 못한다고 하면서 참모 뒤에 숨었을 뿐 아니라, 적반하장 격으로 언론탄압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는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다가 과거 정권들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꼭 되돌아보길 바란다”며 “지금 휘두르는 칼날이 결국 스스로에게 되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대통령과 집권세력 모두 대오각성해야 한다”며 “얕은 눈속임으로 지금의 국정 실패를 감출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면 참으로 오산”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정치탄압 중단하라’ ‘외교참사 사과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규탄대회를 열었다. 의원총회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정권의 무능을 ‘문재인 죽이기’ ‘이재명 죽이기’로 가리려는 정권의 계획은 필패”(박범계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라며 최재해 감사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 감사원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감사원 국정감사가 예정된 오는 11일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감사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사정당국의 칼날이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을 ‘레드라인’ 침범으로 간주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장 조사도 전혀 하지 않고 전직 대통령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묻겠다는 것은 무르익지 않은 과일을 성급하게 따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민생 챙기기 행보에 주력해 왔던 이 대표도 문 전 대통령과 본인을 향한 각종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강 대 강 대치 태세로 전환했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며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을 두고도 민주당은 반발했다. 윤 대통령 묵인 없이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기란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욕설 외교로 논란을 일으키고 궁지에 몰린 이 시점에 느닷없이 전직 대통령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은 뒷배가 없다면 불가능하다”며 “새는 우두머리가 없으면 날지 않고 뱀은 머리가 없으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윤나영·탁지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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