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일 동시겨냥 탄도미사일..도발 수위 높였다
지난달부터 4차례 ‘단거리’ 이어
일본 너머 4500㎞ ‘중거리’ 발사
미 전략자산 배치된 ‘괌’ 타격권
북 ‘법제화’ 후 핵무력 과시 양상
한·미, 정밀폭격 훈련으로 대응
북한이 4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IRBM 발사는 지난 1월30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지난달 25일 이후 4차례에 걸친 7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에 이어 중거리 미사일 발사로 강도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한·미는 이에 대응해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 및 정밀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23분쯤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동쪽 방향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한 IR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 미사일이 도호쿠(東北) 지역 북단 아오모리(靑森)현 인근 상공을 통과해 7시44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태평양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4500여㎞, 고도는 970여㎞, 속도는 약 마하17(음속 17배)로 탐지됐다. 제원상으로 볼 때 ‘화성-12형’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30일 화성-12형 발사 당시 ‘고각 발사’했지만 이번엔 정상 각도(30~45도)로 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미사일이 B-52 전략폭격기 등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하는 미국 전략자산이 대거 배치된 미국령 괌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평양에서 괌까지 거리는 3400여㎞이다. 2017년 9월15일 발사된 화성-12형은 고도 770㎞, 비행거리 3700㎞로 탐지돼 정상 각도(30∼45도) 발사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이번 발사는 당시보다 고도, 거리 등에서 더 나갔다.
북한은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견제와 불만을 표출하면서 전략적·의도적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최근 핵 법제화 발표 이후 더 뚜렷하게 핵무력을 과시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다시금 ‘핵질주’를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직전 4차례 SRBM 발사가 한·미,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에 대한 대응이었다면, 이번 IRBM 발사는 핵능력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부연했다.
5년 만에 일본 열도를 통과하도록 미사일을 발사한 점도 주목된다. 이번 발사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북한이 향후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올해에도 1월에 IRBM을 쏜 뒤 2월부터 5월 말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6차례 쏘며 수위를 끌어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이런 무모한 핵도발은 우리 군을 비롯한 동맹국과 국제사회의 결연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 실장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각각 전화통화하며 단호한 대응 원칙을 재확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미·일 외교장관과 각각 통화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합참은 북한의 IRBM 발사에 대응해 한·미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 및 공대지 합동정밀직격탄(JDAM) 2발 발사 등 정밀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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