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김준수 "뮤지컬·방송 도전..모든 중심엔 소리가 있죠"
"내가 사랑하는 소리와 대중의 연결고리 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소리를 만드는 여정이 지겨워 소리꾼 아버지와 누나를 매정하게 떠나버린 '동호'. 동호는 자신만의 밴드를 만들어 성공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누나 '송화', 그리고 소리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서편제'에서 동호 역을 맡은 배우이자 소리꾼 김준수는 4일 대학로에서 한 인터뷰에서 동호와 자신이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저도 어릴 때 소리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소리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관심에서 멀어진 상황에서 외로움을 항상 느꼈어요. 대중과의 간극을 줄이고자 '풍류대장', '불후의 명곡' 같은 방송에도 출연하며 여러 도전을 하고 있죠. 동호도 절대 소리가 싫었던 게 아닐 거에요. 동호의 마음이 너무도 와닿아 무대에서 내면의 감정을 폭발시키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오른 월출산 자락에서 소리를 연습한 그는 중앙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이후 10년 가까운 기간 국립창극단의 대표적인 공연들에서 활약하며 간판스타로 떠올라 '소리계의 아이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익숙한 창극 무대에서 말 그대로 '날아다니던' 김준수는 지난해 이지나 연출의 '곤 투모로우'를 시작으로 뮤지컬 무대에서 이방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김준수는 "뮤지컬 무대는 아직도 설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라며 "관객들도 나를 낯설어하는 시선이 있어 그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작년 출연한 JTBC 예능 '풍류대장' 역시 그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부담감과 두려움에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이유를 그는 "우리 소리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라고 했다.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라면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싶은 열정이 제 안에 불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연극·드라마·영화 등 더 많은 것에 도전하고 싶은 게 제 욕심이에요. 소리꾼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왜 없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죠."
낯선 뮤지컬 무대지만 김준수는 자신만의 동호를 만들어가고 있다. 극 중에서 동호가 밴드 오디션을 보며 판소리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대본에 적힌 '적벽가' 외에도 '춘향가' 중 '어사출도' 구절을 즉흥으로 선보이는가 하면, 주인공 '송화'가 부르는 심청가의 북 반주를 할 때는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직접 추임새도 넣어준다.
그는 '어사출도' 구절을 부른 건 무대 위에서의 즉흥적인 애드리브였다며 '뮤지컬을 보고 김준수의 소리를 더 길게 듣고 싶어졌다'는 후기가 가장 기뻤다고 했다.
"뮤지컬 '서편제'의 팬분들이 '진짜 동호를 만난 것 같다, 진짜 소리꾼 동호가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나타났냐'는 후기를 남겨줬을 때 큰 힘이 됐어요."
"원래 대중음악도, 케이팝 춤도 사랑하지만 소리꾼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끼를 누르고 살았다"는 김준수는 "최근에는 이런 도전도 좋게 봐주는 시선이 생겨나서 정말 행복하게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창극단에 함께 있는 선배가 최근에 제 방송을 보고 소리를 배우러 온 어린 학생이 있다며 정말 고맙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달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소리를 통해 다양한 길을 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내년에 국립창극단 입단 10주년을 맞는 그는 앞으로의 10년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소리가 단단한 소리꾼이 되는 것"이라는 본질적인 정체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창 판소리라는 소리꾼으로서의 도전도 내년에 앞두고 있어요. 내 소리가 단단해야 다른 어떤 분야에 도전해도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모든 도전은 소리 덕에 가능했죠. 이 모든 것들은 소리꾼 김준수가 더 다양한 관객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다음에 어떤 10년을 살든 소리가 중심이 된 배우이자 소리꾼으로 가야 한다는 건 저에겐 흔들림 없는 사실입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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