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국감인가, 윤석열 정부 국감인가"
"정부 기관 대한 국회 국정감사, 정쟁의 장 돼"
“문재인 정부 국감인가, 윤석열 정부 국감인가.”
대법원 국정감사를 진행하려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감은 문 전 대통령 조사에 반발한 민주당의 피켓 시위와 국민의힘의 맞불 피켓 시위로 지각 개의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정치탄압 중단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붙이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쟁국감 NO 민생국감 YES’라고 쓰인 피켓을 만들어 맞대응했다.
국민의힘의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대법원 국감과 정치탄압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양당 간사를 중재해 국감이 재개됐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감사원의 조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감사원의 명백한 최종 목표는 정치적 수사를 덧붙일 필요도 없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을 단 한 번도 소환하지 않은 검찰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 법사위에 계류된 김건희 특검법만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말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말을 빌리면 문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주변에 무례한 짓”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평소 문 전 대통령의 화법을 생각하면 굉장히 강한 표현”이라며 “정말 극대노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단 법사위뿐만이 아니다. 외교통일위원회와 교육위원회 등도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과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 증인 채택을 두고 전면전 대치를 벌였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빈손 외교, 굴욕외교 심지어 막말 외교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정권에 대한 기대감도 바닥에 떨어진 상태”라며 “국회의 권위, 의회주의를 존중해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고 박 장관에 대한 회의장 퇴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번 해외순방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외교부 장관을 일방적으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맞섰다.
◆문재인 문제 삼는 여당과 윤석열 정부 실책에 초점 맞춘 민주당
이번 국감을 진행하고 여야의 온도 차는 이만큼 다르고, 이에 따라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차별화 전략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연일 하락 중인 지지율에 고심이 많은 대통령실과 여당은 지난 문재인 정부로 화살을 향하고 있다. 신구권력 책임공방이 국감의 전면에 등장하는 상황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경제성장 등 경제 정책, 탈(脫)원전 등 에너지 정책부터 대북·안보 정책까지 5년간의 각 분야 실정을 최대한 파고드는 전략으로 국감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 각종 사법 의혹도 저격 대상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새 정부의 실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최근 영국·미국 순방에서 불거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와 한미정상회담 불발, 비속어 논란과 대통령실 이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허위 이력, 논문표절 논란 등에 대한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국감에서 정책 평가 대신 정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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