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오데사의 비극'을 다시 보며..

2022. 10. 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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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함 포템킨'은 1905년 러시아 1차 혁명 당시의 비극을 다룬 고전 명작입니다. 차르 체제에 저항하는 포템킨호 수병들과 시민, 그리고 진압에 나서지만 총 쏘기를 주저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담겼죠.

특히 아기만 태운 유모차가 위태롭게 굴러 내려가는 오데사의 계단 장면은 여러 작품에서 오마주 될 정도로 명장면으로 꼽히는데, 이 오데사가 러시아의 공격으로 117년 만에 다시 피로 물들었죠.

러시아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동원령 선포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를 '탈출'한 주민은 20만. 27살 래퍼 이반 비탈리예비치 페투닌은 '내 영혼에 살인죄를 씌울 수 없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죠.

그렇게 떠난 이들로, 러시아와 인접한 나라의 국경은 지금 '애국의 길'과 '인간의 길'이 서로 갈라서는 길목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누가 애국자이고, 누가 비애국자일까요.

히틀러의 병사들이 600만 유대인을 애국의 이름으로 학살한 것처럼, 애국은 제한된 범위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로 이용되기도 하거든요.

만약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한반도에서 일어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같은 혈통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저들과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우리. 애국자의 길과 인간의 길 중 우린 어느 행렬에 더 많은 사람이 서게 될까요.

과연 우리 외교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요.

북한이 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는데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우리 정치권은 그렇지 못한 것 같으니, 분열과 정쟁만 일삼고 있으니, 국민은 누굴 믿어야 할까요.

고전 명화 속에 그려졌던 오데사 계단의 비극이 한 세기를 훌쩍 넘어 되풀이되는 걸 지켜보며 갑갑한 건 비단 저뿐만은 아닐 듯합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오데사의 비극'을 다시 보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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