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노벨상] SF영화 스타트렉의 원격전송, 양자암호통신으로 실현되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 10. 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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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트렉에서 사람을 원격전송해 순간 이동시키는 장면. 양자암호통신은 물질 대신 정보를 순간이동시킬 수 있다./파라마운트 TV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SF영화 ‘스타트렉’에 나와 유명해진 이른바 ‘원격전송(teleportation)’을 실제로 구현하는 길을 연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영화처럼 사람을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빛보다 빨리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른바 해킹이나 도청이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이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은 “알랭 아스페와 존 클라우저 박사는 아인슈타인이 부정했던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실험으로 입증했고, 차일링거는 실제 빛의 원격전송 실험을 처음으로 성공시켰다”라고 말했다.

양자정보 전달해 해킹 불가능한 통신 구현

엄밀히 말하면 양자 원격전송은 물질을 전송하는 게 아니라 그 물질에 대한 근본 정보인 ‘양자 정보’만 전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빛의 양자 입자인 광자가 어떻게 회전하고 다른 광자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송한다.

미시세계에 통하는 물리법칙인 양자역학을 이용하면 통신에서 해킹이 불가능해진다. 양자역학에서는 관찰을 하는 순간 그 대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훔쳐봤자 실체가 달라지니 소용이 없다. 따라서 양자통신에서는 양자의 상태를 보고 나서 전송할 수 없다.

대신 중개자를 이용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앨리스와 밥, 찰리로 설명한다. 앨리스의 정보를 밥에게 주면 밥과 친한 찰리가 앨리스처럼 변한다. 결국 앨리스가 찰리를 거쳐 전송되는 것이다. 이처럼 광자의 양자 정보가 양자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는 얽힘 상태(entanglement)의 또 다른 광자를 변화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양자 정보를 보지 않고 전송할 수 있다.

원격전송 원리./조선일보DB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의 알랭 아스페 교수와 J.F 협회의 존 클라우저 박사는 양자암호통신의 이론적 바탕이 된 실험을 진행한 과학자이다. 이들은 아인슈타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빛(광자)이 입자이자 파동이라고 주장해 양자역학의 출현에 일조했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확정성 원리는 입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경우 운동량은 부정확해진다고 했다. 초기 조건을 정확하게 알면 그것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다는 기존의 물리적 결정론을 부정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또 양자물리학이 맞는다면 정보가 빛의 속도보다 빨리 전달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했다. 1964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존 스튜어트 벨 박사는 아인슈타인이 맞는지, 아니면 양자물리학이 맞는지 판별할 이른바 ‘벨의 부등식’을 제안했다.

양자물리학이 맞는다면 특정 숫자보다 큰 숫자가 나오고, 틀리면 작은 숫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아스페와 클라우저는 광자 두 개의 편광 정보를 양쪽에서 측정해 벨의 부등식에 위배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양자물리학의 주장이 맞는다고 입증됐다. 편광은 입자가 전기장에서 어떤 각도로 회전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벨 박사는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1990년 사망했다.

참고로 아스페 교수는 지난 2006년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방한해 서울과 대전에서 강연을 했다. 당시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만든 강연 포스터 제목은 ‘벨의 불평등성 위약’이었다. ‘벨의 부등식 위배’라는 물리 용어를 알지 못해 마치 인권에 관한 강연으로 착각한 것이다.

중국 양자통신위성 묵자(墨子·무쯔)’ 상상도. 이 위성을 이용해 싱룽과 난산을 잇는 2600㎞ 거리의 두 도시 간 무선 양자암호통신에도 성공했다./Science

중국 수제자가 양자통신 상용화 이끌어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는 양자정보의 얽힘을 이용해 실제 원격전송 실험에 성공했다. 그는 1997년 12월 ‘네이처’지에서 “최초로 빛에너지를 전달하는 입자인 광자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순식간에 원격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차일링거 교수는 2017년 9월 중국 베이징 동북부 싱룽과 7600㎞가량 떨어진 오스트리아 빈 남쪽 그라츠 사이의 대륙 간 양자암호통신을 성공시켰다. 당시 중국의 양자통신 위성 ‘묵자(墨子·무쯔)’를 이용했는데 위성과 지상의 거리는 500~1000㎞였다.

치일링거의 양자암호통신은 제자인 중국과학원(CAS) 중국과학기술대 판젠웨이 교수가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판젠웨이 교수는 네이처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총 4600㎞에 걸쳐 유·무선으로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에서 상하이를 연결하는 2000㎞ 거리의 세계 최장 양자통신망을 연결하는 동시에, 2016년 쏘아 올린 양자통신 위성 ‘묵자(墨子·무쯔)’를 이용해 싱룽과 난산을 잇는 2600㎞ 거리의 두 도시 간 무선 양자암호통신에도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 한상욱 단장은 “중국의 유·무선 양자암호통신 성공은 지금까지 중국이 개발해온 유·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집대성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라며 “양자암호통신의 뛰어난 보안성을 실제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인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은 앞서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이날 물리학상,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 세 명은 상금 1000만크로나(약 13억원)를 3등분해 나눠 갖는다. 노벨상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온라인으로 대체됐지만 올해는 12월 10일 알프레드 노벨 기일에 맞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정상적으로 열린다. 2020년과 지난해 수상자 역시 올해 시상식에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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