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매도 금지' 카드 만지는 정부.. 실효성은 '글쎄'
증안펀드 재개 앞두고 적극 검토
전문가 "주가 방어 효과 제한적"
전면 금지 둘러싼 논쟁 불씨 여전
'공매도 금지' 카드가 또 다시 검토되고 있다. 지난 달 공매도가 크게 늘어나며 증시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며 공매도 금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매도, 증시 폭락 주범 지목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4일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공매도 금지 등 시장안정 조치와 관련해 "금융위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0년 3월 16일부터 지난해 5월 2일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그러나 최근 공매도가 급증하며 국내 증시 폭락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서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4906억5510만원으로 전월(3493억원) 대비 40.46% 증가했다. 8월 6건에 그쳤던 코스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건수는 9월에 12건으로 2배가 됐다.
특히 지난달 공매도는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에 집중됐다. 삼성전자(5575억원), LG에너지솔루션(5344억원), SK하이닉스(3585억원) 등 국내 증시 시가총액 1∼3위 종목이 나란히 공매도 거래대금 최상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9.54%, LG에너지솔루션은 11.42%, SK하이닉스는 11.50% 떨어졌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조정을 보인 최근 1개월 동안 전체 시장 공매도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며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공매도 상위종목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내 증시 하락률이 세계 평균 수준이라면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아도 된다"며 "세계 주요국에서 가장 큰 하락을 보이고 있고 증시 하락에 돈을 버는 건 공매도 세력밖에 없다면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가 금지되면) 국내 증시가 당장 반등하진 않겠지만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금지, 실효성 작을수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는다. 지난달까지 거론되던 유동성 위기가 이달 들어 해소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유동성 위기가 심해질 때 공매도 금지가 일정 부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며 "9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 등의 위기설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도 다양한 조치를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실장은 "영국이 감세안을 철회하고 글로벌 금융시장도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는 분위기"라며 "이날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에 나서면서 수급 상황도 안정되고 있다. 위기가 해소되는 마당에 공매도 전면 금지를 꺼낼 것인 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시장 유동성은 악화하고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금지가 주가 하락이나 변동성 확대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송 연구위원은 "2020년 공매도 금지 조치 때도 바이오 종목군을 제외하고 주가 하락을 방어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로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는 대부분 5일 이내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공매도 금지는 시장의 효율성과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상승·하락의 폭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서 "공매도 전면 금지를 한다고 떨어질 주가가 안 떨어지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황 연구위원은 "(공매도 금지의) 실익이 크지 않다. 떨어질 만큼 떨어져야 반등을 시작한다"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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