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물리학상에 알랭 아스페, 존 클라우저, 안톤 차일링거..양자과학 연구 공로
현존 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빠른 컴퓨터 제작 가능
'절대 깰 수 없는 보안 체계' 개발 원천기술 응용도
올해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는 양자과학 연구 공로를 인정받은 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알랭 아스페(75), 존 클라우저(80), 안톤 차일링거(77)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들은 양자 기술의 체계를 세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양자 기술은 최근 각광 받는 첨단과학으로 양자 컴퓨터와 양자 네트워크, 그리고 양자 암호통신 등이 주된 연구 분야이다. 양자 기술을 쓰면 현재 존재하는 어떤 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빠른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또 양자 암호통신을 응용하면 절대 깰 수 없는 보안 체계를 개발하는 게 가능해 이론적으로 해킹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양자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주제는 ‘두 개 이상의 작은 입자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다른 입자의 상태와 움직임을 결정짓는다’는 물리학적인 개념에서 시작한다.
이 개념을 쉽게 설명하면, 동전 두 개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인 ‘얽힘’으로 연계돼 있다는 뜻이다. 동전 두 개가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한 동전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앞면 또는 뒷면을 보여주면 이 결과가 또 다른 동전에도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개념은 인류 최고 과학자로 꼽히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반대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1964년 영국 물리학자인 존 스튜어트 벨은 이런 개념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때 그가 등장시킨 것이 ‘벨 부등식’이다. 이는 ‘얽힘’이란 개념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론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연구자 3명이 바로 벨 부등식을 발전시켰다.
앤더스 어벡 노벨 물리학상 위원장은 “수상자들의 연구는 양자 해석에 관한 근본 질문에 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올해 수상자들의 역할은 빛을 이용한 양자 광학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사용해 정보 전송 방법을 연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아젠에서 태어난 알랭 아스페는 1983년 프랑스 파리 수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와 에콜폴리테크니크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출생한 존 클라우저는 컬럼비아대에서 1969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존 클라우저 협회 창립자로 물리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리트임인크라이스에서 태어난 안톤 차일링거는 1971년 빈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현재 같은 대학의 교수로 일하고 있다.
특히 양자 상태 입자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입자로 보내는 개념의 양자전송은 영화 <스타트랙>에 나오는 ‘순간이동 기술’로 오해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차일링거 교수는 “이것은 스타트렉에 나오는 것과 전혀 다르다”라며 “양자전송은 얽힘을 이용해 물체의 정보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는 “이번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의 연구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진행됐다”고 말했다.
노벨상 상금은 1000만크로나(약 13억원)이며, 이번 수상자 3명은 상금을 나눠 받는다. 시상식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올해 12월 열릴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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