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데이터가 진리인 시대

2022. 10. 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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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책임

무엇이 진리일까. 과학의 역사는 아득한 진리를 찾아 헤맨 역사와도 갔다.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과학자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자연 속에서 숨어 있는 진리를 탐구하고 찾아내었으며, 이렇게 찾아낸 진리는 세상을 바꾸어왔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무엇을 가지고 진리를 찾아왔을까. 진리를 탐구하는 방법은 시대별로 발전돼 왔고, 그 발전의 역사가 다름 아닌 과학의 역사였다.

20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현상이 인식론적으로 타당하게 설명된다면 이것은 진리라고 생각하였다. 즉, 어떠한 자연적 현상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인식론적 설명과 들어맞으면 그것은 진리인 것이다. 아침에 동쪽에서 해가 뜨고 저녁에 서쪽으로 해가 진다. 해는 나를 중심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태양의 실제 움직임과 그 설명이 일치한다. 고로 그 설명은 옳다.

자연 속의 어떤 법칙을 합리적인 추론 방식을 통해 찾아내는 이것이 당시의 진리 탐구방식이었고, 이러한 방식은 눈부시게 발전하였던 그리스·로마 문명의 기반이 되었다. 과학사에서는 암흑기로 일컬어지는 중세가 끝난 이후 인식론에 기반한 진리 탐구 방법에 오류가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망원경, 현미경 등 관찰기술이 향상되면서 기존 설명에 부합하지 않는 현상이 늘어난 것이다. 진리 탐구를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관찰과 실험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고, 이것은 본격적인 근대 과학 혁명의 기반이 되었다.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목성의 위성을 관찰하여 행성의 공전운동을 발견하였고, 낙하하는 물체의 속도는 크기나 질량과는 무관함을 실험으로 증명하기도 하였다. 시골 마을 의사였던 에드워드 제너는 환자에 대한 통찰력 있는 관찰과 실험을 통하여 세계 최초로 천연두 백신을 개발하였고, 라부아지에 또한 이론과 실험을 통하여 산소를 발견하여 화학이라는 학문을 새롭게 열었다.

비슷한 시기에 이러한 관찰과 실험과 더불어 또 다른 방법이 천재적인 과학자들에 의하여 탄생하는데 다름 아닌 수학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신의 언어'라고 불리는 수학을 통하여 아이작 뉴턴은 중력의 법칙을 비롯한 자연 만물에 작용하는 힘과 움직임에 대한 진리를 찾아내었다. 이후의 아인슈타인 또한 사고실험이라고 일컫는 머릿속 시뮬레이션과 수학적 증명만을 가지고 시간과 공간과 우주에 대해 세상을 바꿀 진리를 밝혀내었다.

이러한 수학적 방법론은 양자역학의 분야에 와서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안겨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 온 인식론적인 탐구기법의 완전한 붕괴였다. 양자역학의 진리는 수학적으로는 증명되지만, 인간의 인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말은 안되지만 틀림없는 진리라는 이 새로운 개념을 당시에는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가져온 새로운 진리는 지금 우리의 실생활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제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 기존의 과학 탐구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하고 통찰한 후 진리를 도출한다. 딥러닝을 구성하는 인공신경망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사람이 머리로 이해할 수 없음은 물론 관찰과 실험으로도 증명할 수 없다. 나아가 인공지능이 수만 번을 반복 학습하며 정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수학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인공지능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통찰로써 진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은 바둑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데이터 속에서 바둑에 대한 진리를 통찰해냈기 때문이다.

이제 자연지능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도 진리 탐구의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성능이 매우 뛰어난 컴퓨터, 더욱 효율적인 인공지능 알고리즘 그리고 신뢰도 높은 많은 양의 데이터는 여태까지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진리를 찾아낼 것이다. 데이터 생산 속도는 2025년이 되면 연간 1700억 테라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산될 것이라고 한다. 그 방대한 데이터에 내재한 새로운 진리는 과연 우리 일상을 얼마나 바꿔놓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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