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億) 소리 나던 유전체 분석비, 14만원 '뚝'..노벨의학상 밑거름 됐다

김명지 기자 2022. 10. 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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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나 노바섹 X시리즈 공개
인간 유전체 분석비 200달러 시대 열어
뚝뚝 끊어진 고(古) 인류 유전체 분석 비용 시간 관건
서정선 회장 "유전체 분석 기술 발전이 인류 구원하게 될 것"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소장.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유전체학 포럼에서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 기기 업체인 일루미나가 최신 모델인 노바섹 X 시리즈(NovaSeq X Series)를 공개했다. 노바섹 X는 처리 속도와 비용을 2배 이상 낮춘 유전체 분석 장비다.

일루미나의 프란시스 드소자(Francis de Souza) 최고경영자(CEO)는 이 장비를 쓰면 전장 유전체 분석 비용을 200달러(약 28만원) 까지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불과 20년 전 사람 전장 유전체 하나 분석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억 달러(약 1427억원)에 달했는데, 그 가격이 50만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장 유전체 분석 비용은 불과 7년 전인 2015년까지만 해도 1000달러 이상이었다. 분석 처리 속도도 획기적으로 빨라졌다. 일루미나에 따르면 ‘노바섹 X’는 1년에 2만 명 이상의 유전체 분석을 할 수 있다. 기존 장비로는 연간 8000명 정도만 분석 가능했다.

이미 멸종한 고인류의 유전체를 분석한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스반테 페보 박사(67)가 올해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유전체 분석(DNA 시퀀싱) 기술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4일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 나온다.

페보 교수팀이 코로나 중증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에서 왔다고 밝힌 2020년 논문에서 활용한 유전체 분석 기술은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기술이다.

NGS기술은 인간 유전자 정보 전체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이다. 인간 유전체는 30억쌍의 염기로 이뤄져 있는데, 이 유전자 전체(전장)를 분석하는 시간이 20여년 전 15년에서 3일로, 비용은 1억달러(약 1400억원)에서 200달러(약 28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유전체 분석 시장 1위 업체인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언뜻 화석에서 유전체를 분석하는 것이 뭐가 어렵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라며 “(화석 자체가) 많이 부패돼 있기 때문에 ‘오염(컨테미네이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라고 했다.

서 회장은 “인간 유전체가 30억쌍의 염기로 연결돼 있는데, (화석의 유전체는) 오염으로 인해 단절돼 있어 몇백개 수준에서 분석을 해 내야 한다”라며 “페보 박사는 꽤 오래 전부터 오염을 잘라내면서 똑같은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하고, 교차 확인을 하는 등 ‘조심스럽게’ 진행 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어 “인간 게놈 지도가 갖춰지고, 또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페보 박사가) 네안데르탈인의 부식된 조직을 갖고도 분석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해 졌고,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연구 시도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뜻이다.

일루미나의 프란시스 드소자(Francis de Souza)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9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유전체 포럼에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일루미나 홈페이지 캡처

MIT와 하버드대학이 공동 설립한 미국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의 스테이시 가브리엘 박사도 이날 학술대회에서 “(노바섹X와 같은 기기의 개발로) 임상 전장유전체 분석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면서, 유전체 학문의 반경 또한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마크로젠 서정선 회장은 노바섹 X의 론칭 파트너로 이날 학회에 초대받기도 했다. 마크로젠은 지난 2016년 ‘한국인의 표준 유전자 지도’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고, 논문은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인간 게놈 지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 바이오 기업 중에서 이날 행사에 런칭 파트너로 초대받은 기업은 마크로젠이 유일했다.

서 회장은 “(페보 박사팀처럼) 유전체로 코로나를 연구하려면 NGS를 아주 저렴하게 여러 번 돌릴 수 있어야 한다”라며 “마크로젠은 노바섹 X 시리즈를 활용해 유전체 분석비 100달러 시대를 열 것”이라고도 했다. 서 회장에 따르면 마크로젠은 내년 3월 베타 테스트를 거쳐 100달러 인간 유전체 전장 분석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아시아와 유럽인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으니, 우리도 이제 고인류에 대한 유전체 연구에 신경 쓸 때가 됐다”라고 했다. 서 회장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생화학으로 의학 박사 학위를 땄다.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한국바이오협회장, 한국바이오벤처협회장 등을 지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마크로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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