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온통 내가 부유하는 꿈.. 일상 또는 관계의 회복을 묻다

제주방송 김지훈 2022. 10. 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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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기다렸다는 듯 전시 그것도 개인전들이 다채롭고도 풍성합니다.

오프라인, 비대면으로 만나거나 화면으로 접하는게 보통이던게 막상 대면의 장으로 마주하니 가감 없는 현실과 살을 맞대는게 이토록 낯선 감각일 줄이야.

세상 경계 없이 촉을 세워온 작가들은 오죽할까 싶기도 합니다.

자우녕 作 '모과나무에서 떨어진 것들'


화폭 가득 날 것의 감성이 충만하고, 심연 끝에서 끝까지 안닿을데 없이 멈춤 없는 시선으로 사람과 사람들, 그리고 제주 자연에 주목하면서 끊임없이 물음을 던집니다.

섬과 섬, 섬에서 섬으로 ‘관계’의 접점을 찾아 노마드(Nomad.유목민)인양 흐르다 제주 동쪽 끝 섬에서 답을 구현하거나(자우녕) 독자적 화풍으로 동시 전시에 나서고(채기선), 만개한 감귤꽃으로 세상을 해석하거나(현혜정) 기억과 경험의 기록물로 도자에 접근하면서(이혜지)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고 나섭니다.

■ 자우녕 작가 ‘최선의 선택’..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한 고립, 그리고 감성" 

2022 예술공간 이아 일반대관 공모에 선정된 전시입니다.

자우녕 작가의 ‘최선의 관계’입니다.

오늘(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예술공간 이아 전시실 2층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공간 이아는 지난 2~3월 원도심예술공간 예술공간이아 일반대관 공모를 진행하고 모두 4건의 전시를 선정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예술공간 이아의 일반대관 네 번째 전시이자, 작가의 제11회 개인전입니다.

자우녕 작가는 우도 창작스튜디오(2019~2021)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섬의 고립된 환경과 독특하게 진화하는 생태계에 집중했습니다.

'최선의 관계'는 우도에서의 작업으로 발표했던 '이 바람에 저 파도', '섬은 상징이 되고 상징은 섬이 된다' 작품을 해외 도서지역에서 작업과 연결해 발표합니다.

자우녕 作 '가라앉는 섬'


‘최선의 관계’는 세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시간이 멈춘 포르투칼의 오지 메세자나(Messejana), 근대화의 바람을 혹독하게 겪은 오키나와(Okinawa), 그리고 자본주의의 파고를 막지 못하는 제주도의 부속 섬 우도(U-Do)가 이야기의 중심 축입니다.

작가는 전시에서 ‘찰스 다윈의 연구지 갈라파고스 섬’처럼 메세자나, 오키나와, 우도 이 세 곳에서 목격한 원시적 풍경을 표본으로 삼고 소개합니다.

고립된 곳에서 발견되는 특이성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연과 자연'의 관계를 포착하고 그 안에서 또 '자연과 인공', '인공과 인간', '인공과 개인'과의 다각적인 관계 설정을 시도합니다.

이 같은 시도는 의존과 파괴를 지나 합체하는 과정에 이르러야 생존이 가능했던 자연현상에 빗대어 묻는 행위와 비슷합니다.

'최선의 관계'는 작가가 세 곳에서 맞닥뜨린 이상한(uncanny) 장면을 텍스트, 오브제, 영상으로 가시화하면서 관계로서의 진화 (evolution)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그 지점은 어디인지 묻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자우녕 作 '시사가 놓여있는 장소'


‘이주’는 작가의 오랜 작업 주제였습니다.

현대 도시사회에 이주 노동자가 등장하면서 시작된 관심은 도시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서울, 마르세이유, 상하이, 베를린 등의 도시를 다니면서 작업한 결과를 영상, 사진, 드로잉 등의 매체로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갈증을 느끼고, 이른바 ‘녹색갈증’으로 녹색의 자연 환경을 좋아하는 인간의 유전적 소질을 따라 제주, 다시 우도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지금은 우도에서만 발견되는 생태적 환경을 주목하고 제주 본섬과 연결하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프랑스 마르세이유 조형예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2019-2021 제주도 우도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했고,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시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전화로 확인하면 됩니다.

채기선 作


■ 채기선 화백 개인전.. “한라산은 제주인의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제주인의 한라산이다”

다른 공간에서 다른 화풍의 작품들이 하나로 융합되는 이색 전시가 찾아옵니다.

'한라산작가' 채기선 화백의 대표작인 '한라산' 신작전과 강인한 제주 여성을 작가만의 화법으로 담아낸 신작 '어머니' 전이 동시에, 다른 공간에서 열립니다.

ED gallery 초대전으로 선보이는 '한라산'전은 오는 18일 시작해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집니다.

푸른 색조의 웅장하고 신비로운 느낌과 해질녁 붉고 장엄한 기운의 한라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는 따뜻한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면서도 포근한 모습의 한라산과 위용스런 얼굴을 지닌 다양한 모습들을 예술적 역량으로 형상화합니다.

전시에선 5m 크기 대작을 포함한 3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채기선 作


전시기간, 다른 공간에서 또다른 화풍으로 채기선 화백의 신작 전시회가 열립니다.

고향마을 어린시절 가족과 함께했던 공간인 삼달갤러리에서 '어머니 시리즈'로 26번째 개인전을 갖습니다.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2일 성산 삼달갤러리에서 개최하는 ‘어머니’전입니다.

상군해녀인 작가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두껍게 쌓아 올린 물감과 힘 있는 붓터치로 제주의 강인한 여성상을 표현함과 동시에 포근하고 감성적인 여성을 그려냅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역동적인 파도와 해녀, 터질듯한 원초적인 색감으로 표현된 해안가의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는 유화작품 30여 점을 전시합니다.

자신에게 한라산은 ‘안식’과 같다는 작가는 "어머니는 나를 잉태하고도 매일 물질을 나갔고, 태교는 어머니의 숨비소리와 파도, 바람소리였다"며 “제주에서 어머니란 단어는 뭉클함을 넘어 한라산과 같다. 그만큼 신비롭고 웅장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산읍 삼달리 출신의 작가는 세화고등학교와 제주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경기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습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한라산작품으로 양화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한라산을 중심 소재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한라산 작품이 국빈 선물로 북측에 전달된 바 있습니다.

현혜정 作 '만개'


■ 현혜정 작가 개인전.. “귤이라는 소재, 활짝 핀 꽃의 모습으로 의미 부여”

꽃으로 감귤이 피어납니다.

가을, 감귤은 꽃으로 재해석되고 일상 곳곳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고 다시 태어납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Gallery ICC JEJU가 오는 16일까지 현혜정 작가 개인전 '만개(滿開)-그 꽃을 피우다' 전을 개최합니다.

현혜정 작가는 제주대학교 미술학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난 2005년 첫 번째 전시를 시작으로 80여 회 이상 국내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가하며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다섯 번째 개인전입니다.

작가는 작품의 소재인 귤을 단순한 과일이 아닌 활짝 핀 꽃의 모습으로 재해석해 표현했습니다.

씨앗이 발아해 수많은 환경의 고난을 극복하고 버텨낸 보답으로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순간을 귤꽃의 모습으로 표현해, 보이지 않는 처절한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을 그려냅니다.

현혜정 作 'Festival'


작가는 제주에서 너무나 익숙한 과일인 귤에 대한 전시와 관련해 "너무나 익숙해 도리어 무심해질 수 있는 주위의 대상들을 향한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이라며 "다시금 주위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고 짧은 소회를 전했습니다.

작가는 순천 미술대전, 행주 미술대전, 경기 미술대전 등에서 입선 그리고 제주자치도 미술대전 특선 2회, 입선 4회 경력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제주자치도지회, 에뜨왈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전시는 ICC JEJU 3층 Gallery ICC JEJU에서 오는 16일까지 진행됩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니다.

이혜지 作


■ 제2회 이혜지 도예전 '시점'.. “흙으로 경험을 빚어 기록하는 법”

제주를 배경으로 일상의 경험들을 도자기(器)에 기록(錄)해온 작가입니다.

이번 전시는 다중적 의미의 '시점'으로 시선을 옮겨, 다양한 형태의 도자에 일상의 경험 기록 옮겼습니다.

제목 '시점'은 동음이의어로, 어떤 것이 처음 일어나거나 시작되는 시점(始點) 또는 시간의 흐름을 뜻하는 시점(時點), 시선의 중심이 닿는 시점(視點) 이렇게 모두 세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제2회 이혜지 도예전에서는 이같은 '시점'의 의미들을 중심으로 분류한 다양한 형태의 도예작품에 작가의 일상의 경험 기록을 담아내 선보입니다.

작가의 제주에서 삶이 담긴 경험 기록을 여러 시점(시간)의 이미지로 그려내고, 반복되는 동일한 형태의 도예작품 표면에 담아낸다거나 일반적 형태에서 벗어난 시점에서 형(形)의 도예작품을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시점이 담긴 작품을 제작하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대부분 물레 성형을 통해 백자토로 작품을 제작했고, 작품 표면에 그려진 경험 기록들은 주로 선 드로잉을 중심으로 표현했습니다.

이혜지 作


작가는 "2021년 제1회 도예전과 달리 백색자기토에 다양한 컬러의 유약 등을 적용해 다채로운 전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전시 취지를 밝혔습니다.

제주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학부(문화조형디자인전공)를 졸업한 작가는 같은 대학교 산업대학원 산업디자인학과 공예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제주디자인협회 정기전(2020~2022)을 비롯해 제1회 이혜지 도예전 ‘기록:器錄’(2021), 양구백토 ‘천개의 빛이 되다 프로젝트’(2021) 부산국제도예페스티발 ‘Re-boot展’(2022) 등 개인전과 초대전 등에 참여했습니다.

제50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 입선(2020)과 제51회 제주자치도 공예품대전 대상(2021), 제 48회 제주자치도미술대전 대상(2022) 등 다수 수상 경력이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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