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먼저 짓고 고객 받겠다"..삼성 '마의 20%' 깰 파운드리 승부수

황정수 2022. 10. 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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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포럼서 TSMC에 선전포고
점유율 10%대 지지부진
1.4나노 앞세워 기술격차 주도권
1위 TSMC도 계획 못냈는데
2027년 양산 못박아 혈투 예고
"파운드리는 호텔업이다"
아파트 후분양처럼 先 라인 구축
빠른 납기 원하는 고객맞춤 전략
"공장 없어 고객 놓치지 않겠다"
파운드리 기술력 자신감 표현
<TSMC 보고있나?>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이 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기술 개발 로드맵과 수주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점유율 20%의 벽.’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관련 삼성전자의 고민을 나타내는 말이다. 기술력을 앞세워 고객사를 2019년 대비 2배 이상 늘렸지만, 시장 점유율은 매 분기 15~18% 사이에서 게걸음을 치고 있다. 세계 1위 TSMC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생산 능력 한계’ 영향이 크다. 고객사 주문의 일부만 매출로 연결되고 대부분은 수주 잔액으로 쌓이고 있다.

 수주보다 앞서 공격적인 투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4일 공개한 ‘셸 퍼스트’ 전략은 이 같은 약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묘수로 평가된다. 이 전략의 핵심은 ‘선(先)수주-후(後)투자’라는 전통적인 수주 전략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삼성의 주특기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공장을 충분히 지어놓고, 그 후 고객을 유치해 라인을 돌리겠다는 구상이다. 건설사에 비유하면 아파트를 짓기 전에 선분양하는 대신 최고급 대단지 아파트를 지어놓고 ‘후분양’하는 것과 비슷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파운드리는 호텔업”이라며 “생산 방식을 바꿔 ‘호텔방’을 만들어놓고 사업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라인부터 확보해 고객 유치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고객사의 주문을 먼저 받고 나서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투자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공장 한 기에 30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TSMC에 기술력과 업력 모두 밀리는 상황에서 고객 물량을 확보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웠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3㎚(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기술 경쟁에서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고객사의 HPC(고성능컴퓨팅) 칩을 양산했다. 2020년께부터는 퀄컴, 엔비디아 같은 큰손들도 TSMC에서 벗어나 삼성전자에 핵심 칩 생산을 맡기기 시작했다. 구글, 테슬라 같은 신규 고객들도 삼성전자 고객풀에 합류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 성장에 대한 확신과 기술력 자신감 없이는 시도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파운드리 2라인’에 우선적으로 셸 퍼스트 전략을 적용할 계획이다. 셸 퍼스트 전략을 통해 삼성전자는 2027년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경기 평택에 조성 중인 4공장뿐만 아니라 5~6공장 착공 시기가 예정(2025년)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TSMC보다 앞서 최첨단 공정 도입

생산 능력뿐만 아니라 기술 투자도 이어간다. 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파운드리 포럼’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차세대 공정 로드맵은 “기술력에선 TSMC에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공정 기술 혁신을 지속해 2025년 2㎚, 2027년엔 1.4㎚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SMC는 1.4㎚ 공정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본격적인 양산 시기는 밝힌 적이 없다.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 인텔은 2024년 2㎚, 2025년 1.8㎚ 공정 진입 계획을 공개했지만 1.4㎚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건 ‘5㎚ 이하’ 초미세공정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22년 194억5200만달러에서 2025년 538억4700만달러로 연평균 98% 성장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기술 확산으로 고성능·초소형 칩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후공정’ 기술 고도화에도 적극 나선다. 후공정은 칩을 기기에 연결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 반도체 소형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칩을 얇게 쌓거나 다양한 종류의 칩을 한데 배치하는 후공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1.4나노미터 공정

반도체 안의 회로간격(선폭)을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인 1.4㎚(나노미터, 1㎚=10억분의 1m)로 만드는 공정. 선폭이 좁을수록 반도체 생산업체는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고객사도 작은 반도체를 활용해 초소형·저전력 기기를 생산할 수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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