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화·대형화되는 재난.. 범정부 대응체계 강화할 것" [fn이 만난 사람]

윤홍집 2022. 10. 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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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게 듣는다
과학기술 기반한 재난관리 체계 확립
공유 플랫폼 구축해 재난안전데이터 활용
지자체 마다 위험지역에 선제적 제공 가능
책자형태 위기관리 매뉴얼 디지털화로 개선
현장 활용성 높게 국민 행동요령 구체화할것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안전대전환'
산사태 위험지역 등 2만4000여곳 안전점검
지진 방재·대응시스템 강화 등 인프라 확대
내달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1459회 실시
대응역량,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더 높일 것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본부장이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지난달 28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안전대전환 추진 점검영상회의'에 참석해 주재하고 있다. 행안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세종=김경수, 윤홍집 기자】 "범정부 차원의 협력과 협조체계 구축을 통한 재난 대응이 필요합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달 28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재난 상황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재난의 양상이 갈수록 다양화되고 피해 규모도 커지면서 어느 한 부처의 역량만으론 대응할 수 없어졌다는 이야기다.

김 본부장은 "중앙부처, 지자체 등 관계기관이 참여해 선제적으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현재 중앙안전대책본부를 통해 범정부적 재난대응 역량을 결집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 재난안전 매뉴얼을 개편하고 안전취약시설을 점검하는 등 재난관리 체계를 보다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데이터 기반의 재난관리 체계 필요"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 임명된 김 본부장은 중앙과 지방행정을 두루 경험한 엘리트 관료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 재난관리실장을 맡아 동해안 산불 피해복구 현장을 발로 뛰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8월 집중호우와 9월 태풍 '힌남노' 대응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두번의 자연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고 재난관리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특히 행안부는 재난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자연·사회 재난 분야 예산으로 1조 1365억원 투입할 예정이다. 재해위험지역정비과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을 확대하고, 침수우려 취약도로 자동 차단시설 구축사업도 신규로 추진한다는 취지에서다.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침수, 붕괴 등 위험요인 해소를 위한 정비사업 예산은 2022년 6205억원에서 2023년 6858억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우수저류시설 설치 예산은 2022년 695억원에서 2023년 770억원으로 약 75억원 증액됐다. 행안부는 올해부터 빅데이터 연계·분석을 위해 '재난안전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올해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김 본부장은 과학시술을 기반으로 한 재난관리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재난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선 AI·데이터 등 새로운 과학기술을 활용한 재난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그동안은 현장 상황 정보와 경험에 기반해 대응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응하는 과학적 재난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난안전데이터 공유 플랫폼이 구축되면 관별로 분산됐던 재난안전데이터를 재난 유행별로 수집·활용할 수 있게될 전망이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보유한 재난안전데이터를 플랫폼에 전면 개방하면서 이용자가 한 곳에서 재난안전 정보를 확인하고, 지자체에선 수집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재난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지자체 공무원은 플랫폼에 수집된 기상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위험지역 주민에게 재난 상황을 선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론과 로봇,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재난안전 과학기술도 개발 중에 있다. 행안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5억원을 투입해 재난관리 분야 피해조사 등 드론 활용·지원 체계를 구축 중이다.

김 본부장은 "재난 피해상황을 보다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지자체가 드론을 통합적으로 관제하고 드론 영상을 상호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관리 매뉴얼 정리…활용성 높여"

행안부는 재난발생 현장에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한 위기관리 메뉴얼을 개편해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책자 형태로 관리됐던 매뉴얼을 디지털화하고 모바일로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재난 발생 시 각급 기관의 업무와 절차를 정리한 지침을 말한다. 김 본부장은 이를 개선해 재난현장의 담당자들이 메뉴얼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의 행동요령을 구체화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간 위기관리 매뉴얼은 중복된 내용이 많고 분량이 방대해서 활용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선 현장에서 활용하는 행동 메뉴얼을 중심으로 현장 조치 사항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이 발생할 시 국민이 쉽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일반국민, 사업장, 공동주택 등 관리자별로 구분을 하고 내용을 구체화겠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안전관리 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대한민국 안전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현장, 산사태 위험지역, 전통시장 등 안전취약시설 2만4000여개소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활동이다.

김 본부장은 "호우피해 우려지역 등 안전취약시설 점검에 집중적으로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다"라며 "점검결과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시설은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점검결과는 국민에게 공개해 시설주의 책임성을 제고할 것"이라며 "관련 기관에게는 신속히 보수보강 등을 실시하도록 하고, 민간시설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진 대비 비용 생명 지키기 위한 투자"

행안부는 지진 대응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발생시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지난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 이후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국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김 본부장은 "경주지진의 경우 지진 발생 후 26초, 포항지진은 19초 만에 경보를 발표했으나 2021년에는 5~10초 사이로 발표시간을 단축했다"라며 "발표시간을 5초 단축시 근거리 대피가 가능하고 인명피해는 80% 경감할 수 있다. 또 10초 단축시에는 인명피해를 90%까지 경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시설물에 대해서는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2019년에 위험도 평가 방법, 사후 관리절차를 법제화했다"며 "지난해에는 전국 모든 지자체에 위험도 평가단을 구성해 지진 발생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험도 평가단은 17개 시도, 226개 시군구에서 총 4971명이 활동하고 있다.

경주, 포항 지진 발생 이후 지진 매뉴얼 또한 대폭 개선됐다. 경주·포항 지진의 피해 전개 양상을 분석해 기관별 임무를 구체화하고, 이재민 구호와 피해복구 등을 전체 대응 과정을 반영했다. 매뉴얼의 작성 대상 기관도 2016년 291개에서 올해 1297개까지 확대했다.

이외에도 공공건축물과 댐 등 주요 기반시설에 설치하는 지진가속도 계측기를 2016년 583개에서 올해 818개로 넓혔다. 이를 통해 지진 발생 초기 단계에서 보다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본부장은 "선진국 수준의 지진 방재 기반 구축을 목표로 18개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제2차 지진방재 종합계획'을 수립해 90개 세부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또한 5년 단위로 내진 보강 기본계획을 세웠다. 2035년까지 33종 19만여개 공공시설에 대해 내진율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진에 대비하는 비용은 소비해서 없어지는 비용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투자라는 생각으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인식이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좋은 정책과 제도, 국민의 참여에서"

행안부는 대규모 수해나 화재 등 실제 재난 상황 발생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11월 추진 예정이다. 이번 훈련에는 312개의 훈련주관기관을 중심으로 274개 기관이 참여해 총 1459회의 훈련을 실시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진행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정상화해 재난 대응역량을 높인다는 의지다.

김 본부장은 "2020년에는 훈련을 실시하지 못했고 2021년에는 훈련을 간소화하는 등 안전한국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라며 "그동안 저하된 재난관리책임기관의 대응역량을 예전 수준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보다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는데는 국민의 참여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가 있어도 국민의 관심이 없다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수 없다"라며 "올해부터 시작하는 '대한민국 안전대전환'을 통해 주변의 작은 위험 요인들까지 세심하게 살펴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행안부는 재난과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로서 각종 재난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중앙부처, 지자체, 유관기관 등과 협업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약력 △56세 △강릉고 △고려대 행정학과 △행시 35회 △미주리대컬럼비아캠퍼스 석사 △행자부 조직진단과장 △행안부 대변인 △한국지역정보개발원 기획조정실장 △강원도 행정부지사 △재난관리실장 △재난안전본부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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