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얼어붙는다"..기업 68% 비상경영 전환

이유섭 2022. 10. 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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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인상·금리급등에
10곳 중 4곳 "투자 축소"
매출 늘었지만 영업익 감소
실물경제 악영향 확산

◆ 기업 CFO 100명 설문조사 ◆

건축자재를 만드는 중견기업 A사는 올해 3분기 진행할 예정이었던 물류센터 증설 공사를 전면 보류했다. 사업 확장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했지만 핵심 제품의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원화값 급락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감당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A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사업 투자를 보류했을 뿐만 아니라 직원 채용도 줄인 상황"이라며 "연내에 조직 구조조정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원자재·에너지값 상승 등 대외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경영활동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매일경제가 삼성전자·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100개 기업 CFO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곳 중 7곳이 경영전략을 중도에 수정하며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외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경영 전략의 핵심은 '현금 보유 확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응답한 기업의 60% 이상은 추가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이 집행한 기업대출은 전월보다 8조7000억원 늘어난 1146조1000억원에 달했다. 8월 기준으로 보면 2009년 6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규모다. 또 지난 2분기 말 기업 부채비율은 91.2%를 기록해 2016년 3분기(91.8%)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요 기업은 현금 보유에 이어 '투자 축소'(38%)를 비상경영 수단으로 택했다. 응답 기업 중 37.5%는 투자계획을 취소하거나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수익성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올해 초 세웠던 목표와 3분기까지 실적을 비교했을 때 매출을 초과 달성했다는 기업이 70%에 달했으나 영업이익은 예상보다 줄었다는 응답(55%)이 더 많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상장사 221곳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16.6%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장은 "수출 주력 업종 부진이 계속되면서 대기업 경기 전망까지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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