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리먼 사태되나..크레디트스위스에 이목 집중

쾨르너 CEO 자본수혈 메모에
부도 위험 치솟고 주가 폭락

스위스 2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유럽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CS가 파산할 경우에도 채권을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료 성격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가격이 사상 최고로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CS 주식과 채권을 투매했고, 대신 CDS는 대규모로 사들였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도화선이 됐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꼴이 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CS는 이날 오전 유럽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 한달간 26%, 1년 동안은 60% 폭락했다. CS가 현재 주요 투자자들에게 은행이 재정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는 FT 보도가 발단이 됐다.

CS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FT에 지난 주말 동안 경영진이 주요 고객들과 투자자들을 만나 은행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명했고 최대 투자자들로부터 '지지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영진이 투자자들과 고객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다는 것은 주요 투자자들이 그만큼 우려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투자자 우려는 최고경영자(CEO) 울리히 쾨르너의 메모에서 비롯됐다. 쾨르너가 이 메모에서 자본 수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CS가 위험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울리히는 FT에 CS가 투자자들에게 자본 수혈 문제로 접근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지만 시장은 요동쳤다.

시장에서 CS가 출렁이는 것을 두고 리먼 사태를 떠올리지만 실제론 그저 해프닝으로 끝난 2016년 도이체방크 사태에 더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CS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이번 혼란의 배경이 아니라 최근 금융시장 폭락세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이 상황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채권 헤지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CS의 만기 1년짜리 CDS를 사는 것을 복권을 사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