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택시난 유발한 文정부 '타다 금지법', 2년 만에 무력화..택시 요금 인상 '부메랑'

윤희훈 기자 2022. 10. 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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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 플랫폼 제도화한 '여객운수법', 모빌리티 혁신 발목
원희룡 "非택시 운송서비스 늘리겠다"
차량 1대당 월 40만원 내는 기여금도 대폭 완화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국회 동의 없이 정부 빠른 행보 가능해
2020년 3월 '타다금지법'이 통과된 직후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된 모습./뉴스1

정부가 심야 택시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렌터카 등을 활용한 ‘타다·우버’ 형태의 비(非)택시 운송 서비스의 확대를 추진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국회에서 일명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사장됐던 ‘타다’. ‘우버’ 등 기존 택시와 다른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활성화해 시민들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에서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타다 금지법’은 택시 업계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모빌리티 혁신 서비스의 싹을 잘랐다는 논란을 일으킨 채 법제화 3년 만에 사장(死藏)의 길을 걷게 됐다. 대신 시민들은 심야택시난으로 일상 생활의 불편을 겪고, 호출 승차료 인상 등으로 인한 택시비 부담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 택시업자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타다 금지법이 택시난으로 인한 불편과 시민들의 운송료 부담 가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 택시업계 반발로 만든 타다 금지법…非택시 운송수단, 허가제 도입

국토교통부는 4일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제도화된 운송 플랫폼 사업(타입1)을 택시의 보완재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토부는 운송 플랫폼 사업 확대 외에도 택시 기본요금 1000원 인상, 현재 최고 3000원인 심야 호출료를 5000원으로 올리는 방안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타입1은 렌터카 등을 빌려 택시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택시 면허 없이 운송사업을 할 수 있다. 국내에는 2013년 ‘우버’의 진출과 2018년 ‘타다’가 등장하며 새로운 운수 서비스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는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을 샀다. 법의 테두리 밖에 있으면서 실질적으로는 택시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것이었다. 택시업계는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의 모기업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검찰 고발했다.

택시회사와 기사들의 거센 반발에 정부와 국회에서는 규제 입법을 추진했다. 그 결과물이 2020년부터 시행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운수법)이다. 여객운수법은 운송 플랫폼 서비스에 대해 국토부 장관의 허가와 기여금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두고 정부에서는 렌터카 운송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스타트업계에서는 정부의 소극적인 승인과 과도한 기여금 부과로 사업의 길을 사실상 막았다고 평가한다. 당시 개정된 법에 대해 ‘타다금지법’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이다.

법 개정 이후 타다는 현재까지 ‘타다 베이직’ 운영을 중단하고, 현재는 대형 콜택시를 공급하는 ‘타다 넥스트’에 주력하고 있다.

이재웅 쏘카 전 대표가 지난 9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타다 불법 논란' 관련 여객자동차운수사업위반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웃으며 밖으로 나오고 있다.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운영, 사실상 면허 없이 택시 영업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스1

◇ “타다 금지법 없었으면 심야 교통 대란도 없었을 것”

‘떼법’으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시장 진출은 막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택시 업계는 기사 이탈이라는 환경 변화를 겪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장인 회식이 사라지고, 재택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택시 이용객이 급감했다. 이에 상당수의 택시 기사들이 택배업이나 배달라이더로 업종을 전환했다.

코로나 사태 진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택시 수요는 늘었지만, 떠난 기사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택시 기사보다 전환 업종의 수익성이 더 낫기 때문이다. 부족한 택시 기사는 심야 택시 대란으로 이어졌다. 심야 귀가를 위해 오랜 시간 택시앱에서 호출 버튼을 누르거나, 턱없이 비싼 프리미엄 택시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사이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법정에 선 이재웅 대표는 두 차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1-1부 재판부는 이 대표에 대해 “자동차 대여업체가 기사와 함께 자동차를 대여하는 것은 적법한 영업 형태로 정착돼 있었는데, 타다는 이런 서비스에 통신기술을 접목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가 택시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으면서 심야 택시 대란은 일정 수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번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으로 서울시 기준 택시 공급 부족분 5000대 중 3000대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민들의 부담 가중이라는 후과는 남게 됐다. 정부는 기존 3000원까지 허용했던 택시 호출료를 최대 5000원까지 매길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서울시는 내년 2월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고, 연말에는 현재 20%인 심야 할증률을 최고 40%까지 올리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인상 기본료에 심야 할증, 거기에 심야 호출료까지 더해지면 미터 비용을 제외한 기본요금으로만 1만2000원 수준의 비용을 내야 한다.

이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는 “타다금지법은 택시업계의 압력에 정치권이 미래 산업의 발목을 잡는 법을 만든 것”이라며 “타다금지법이 없었다면 심야 택시 대란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플랫폼 모빌리티 사업자 규제 대폭 완화한다지만...

국토부는 여객운수법이 운송 플랫폼 업체에 대한 사업 승인 등을 국토부의 재량에 맡긴 점을 활용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식으로 운송 플랫폼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원희룡 장관은 “비택시 형태로 택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상으로 여객들을 운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앞으로 계속 늘려나가겠다”며 “이미 큰 틀에서 타입1 자체가 열려 있다”고 했다.

업체에 부과되는 기여금도 대폭 내릴 방침이다. 현재 운송 플랫폼 업체는 매출액의 5%, 차량 1대당 매달 40만원 수준의 기여금을 납부하고 있다. 만약 차량 100대를 운영하는 업체라면, 매달 4000만원, 연간 약 5억원의 기여금을 납부한다. 운송 플랫폼 업체로서는 기여금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고정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증차를 소극적으로 검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현재 타입1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있는 만큼, 허가 요건과 기여금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운송 서비스에 대해서도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적용해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원 장관은 “미래의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서비스라고 국민들의 호응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입장을 취하겠다”면서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뜻하냐고 묻는다면 단적으로 ‘그렇다’라고 답하겠다”고 했다.

국토부가 준비하는 운송 플랫폼에 대한 규제 완화는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여객운수법이 허가 요건과 기여금 규정을 대통령령과 국토부령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모빌리티 관련 규제는 시행령의 부분”이라며 “신규 사업 모델에 대해서도 특별히 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 현행 법령 내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활성화 방안은 ‘택시의 대체제’로서만 바라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석 위원장은 “무인·자율주행·드론 등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을 현 제도 안에서 수용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심야 택시 공급 확대 차원에서 규제를 조금 푸는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대응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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