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55% "목표이익 달성 불가능"..경영전략 확 뜯어고친다

이유섭,박윤구 입력 2022. 10. 4. 18:00 수정 2022. 10. 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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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비상경영 대책
70% "매출 늘것" 응답했지만
과반이 영업익 감소 미스매치
삼성전자 두달새 실적전망 뚝
매출 6% 늘지만 영업익 23%↓
넷마블·아모레 등 전업종 타격
CFO들 "악재란 악재 다 터져"
경영전략 변경사유도 복합적
기업대출 8월까지 80조 증가

◆ 기업 CFO 100명 설문조사 ◆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는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복합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선 대다수 기업들이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응답 기업의 다수인 70%가 연초 세웠던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10% 이상 목표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도 22.3%나 됐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영업이익이 애초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답변이 응답 기업의 절반이 넘는 55%였다. 이익 목표치에 10% 넘게 미달할 것이란 답변도 21.8%에 달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번주 시작되는 상장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증권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8조5873억원, 12조1078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게 증권가 컨센서스다. 매출은 작년 같은 시기보다 6.2% 늘지만, 영업이익은 23.5%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셈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시간이 흐를수록 영업이익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지난 7월 말 추정할 때는 13조5536억원이었지만 이후 13조5294억원(8월 말), 12조1078억원(9월 말)으로 빠르게 줄었다. 수익성 악화는 전 업종에서 공통된 현상이다. 게임 회사 넷마블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8% 늘지만 영업이익은 30% 줄어들 전망이다. 또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은 28.6% 급감한 359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고 이는 7월 말 시점의 전망치(538억원)에 비해 대폭 낮아진 것이다. 한 기업 CFO는 "모든 악재가 동시에 터져나왔다"는 말로 현재 상황을 요약했다.

온통 지뢰밭뿐인 상황에서 기업 10곳 중 6곳이 연초 세웠던 경영전략을 지금까지 최소 1회 수정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 된 '원자재 가격 상승'(61.6%)을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동시에 금리 인상(52.1%), 글로벌 경제 둔화(42.5%),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39.7%), 달러 강세(원화 약세·38.4%)를 택한 답변도 많았다. 한 식품 회사 CFO는 "공급망 대란과 물류비 증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대내외 여건이 경영 환경을 '시계(視界) 제로' 상태로 내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들은 올겨울이 더 혹독할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 연초 목표보다 연간 영업이익이 5% 이상 감소한다고 답한 비율은 대기업 27.7%, 중견기업 64.3%로 집계됐다. 매출액이 5% 이상 줄어든다고 밝힌 비율 역시 대기업이 15.6%, 중견기업은 28.6%로 나타났다. 중견 바이오 기업 A사의 경우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20% 이상 급감할 것이란 전망 속에 투자 축소·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추가 조직 개편까지 검토하고 있다.

수출 기반을 보유한 제조 업종보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비제조 업종이 더욱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기업들의 절반 이상은 '현금 보유 확대'(60.6%)를 피난처로 택했다. 환헤지와 투자 축소도 병행했다.

'현재 고려 중인 비상경영 대책'을 묻는 질문에도 62.5%가 '추가 유동성 확보'라고 답했을 정도로 현금 선호도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대출 창구를 찾는 기업이 크게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 기업대출은 전월보다 8조7000억원 늘었다. 올해 1~8월 누적으로 대출 증가액은 80조4000억원이 됐다. 이미 작년 전체 규모(89조3000억원)에 육박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유례없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던 2020년이 107조4000억원이었고, 2019년에는 증가폭이 44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은행 대출만 놓고 보면 코로나19가 터진 첫해에 버금가는 상황인 셈이다.

기업 부채비율도 세 분기 연속 늘면서 지난 2분기 91.2%를 찍었다. 기업의 현금 확보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조만간 2016년 1분기 기록(101.4%)마저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제는 금리가 계속 오르고 은행의 대출 행태도 까다로워질 게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가 또 문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8월 금융기관 가중 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업대출 금리는 전달보다 0.34%포인트 오른 4.46%로 집계됐다. 2014년 7월(4.54%)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한계 상황에 처한 기업 수가 상당한 만큼, 이들의 금융 방어력을 고려한 신중한 금리 인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환시장 안정 조치와 정책금융 확대 등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섭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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