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대결 정치, 좁아지는 국면전환 통로
윤석열 대통령이 협치 실종 상태로 오는 6일 집권 150일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순방 중 비속어 발언 논란으로 불 붙은 갈등은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통보 문제로 확산했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 감사에는 거리두기, 비속어 논란에는 2주째 순방 성과 띄우기로 대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발 협치 신호가 사라지면서 정국 돌파구는 좁아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대통령이 뭐라고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진상규명 과정에서 예외나 성역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일반 원칙”이라고 했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을 두고 거리를 유지한 발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에게 “감사원은 직무상 독립기관이고 감사 활동에 대해서 대통령실에서 논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면서 “야당의 논평에 대해 저희가 논평하는 것조차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이지만 직무상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이 점을 들어 원칙론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내세운 원칙론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간 진행 과정에 비춰 윤 대통령 의중과 이번 조사 통보를 분리해 바라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들어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취임 한달여인 지난 6월 중순 국가안보실을 시작으로 해양경찰청과 국방부가 일제히 전 정부 판단이 ‘부당했다’고 밝혔고, 하루 뒤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에도 “직접 관여할 문제는 아니고 앞으로 더 진행이 되지 않겠나”라고 했지만 전체 정부 차원의 사정 속도전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다음 달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런 해석에 불을 당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공포정치” “정치탄압”을 언급했다. 야당의 강경 대응에는 순방 기간 논란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전 대통령 사정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한다는 시각도 깔려있다.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한 ‘마이웨이’식 대응도 진영간 대결 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국정감사에서 순방 기간 논란이 정쟁화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대통령의 외교활동은 오로지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번 순방에서 그래도 많은 성과를 저는 거양(높이 들어 올림)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귀국 이후 비속어 논란에 ‘동맹 폄하’ ‘가짜뉴스’ 틀로 대응하면서 순방 성과 띄우기에 집중해 온 행보의 연장선이다. 비속어 논란과 대통령실 사후 대응을 두고 부정적 여론이 불거졌지만 2주째 사과나 유감 표명은 나오지 않았다.
출구 전략 가동은 표면화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앞서 민생 집중으로 메시지를 전환하며 정리 국면에 들어갈 것을 시사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난 2일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는 외교 일정을 마친 이제 다시 민생에 집중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많은 성과 거양’을 언급하면서 마무리 국면은 다시 한 발 멀어졌다. 이날부터 한 달여 간 국정감사가 이어져 정치 일정상 활로를 찾기도 어렵다. 역대 정부에서 정국 돌파구가 돼 온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국감 등) 여러 일정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면서 “여야 대표들을 모시고 충분히 국정 현안에 대해서 논의하는 기회를 갖고자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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