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글로벌 경제 리뷰]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원인 분석과 전망

마이클 울프 2022. 10. 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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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울프딜로이트 투쉬 토머츠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메릴랜드 주립대 경제학,컬럼비아대 경제정책 석사, 바루크칼리지 통계학 석사

주요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추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앞으로 양상은 중앙은행 통화 정책, 기대 인플레이션, 임금 상승률, 환율 등 여러 변수에 달려있다. 이들 변수를 분석해 인플레이션이 끈질기게 지속될 지역을 전망하고, 인플레이션이 물러나거나 고착화하는 조기 신호를 살펴본다.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조화소비자물가지수(HICP)를 보면 올해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그림 1). 지난 6월 미국과 유로존(유럽연합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 등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은 8~9%대를 기록했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대부분 중앙은행의 안정 목표치를 대폭 웃돌았다.

물가 상승의 원인은 결론적으로는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다. 수요 증가, 공급 감소, 또는 두 가지가 함께 이러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이 수요와 공급 중 어느 것인지 파악하면 물가 흐름을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공급이 늘어나면 해소되고, 수요 과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긴축 정책으로 수요를 억제해야 해결된다.

수급 불균형에 따른 충격

공급 충격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 차질, 노동력 부족, 생산 차질, 항만 병목 현상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식량과 에너지 공급난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수요 충격은 대체로 재정·통화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발생한다. 딜로이트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공급‧수요 불균형에 따른 충격의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수립한 방법론과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기반해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동향을 파악했다.

그 결과 대부분 주요국이 팬데믹 이후 공급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다행히 공급발 인플레이션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실제로 팬데믹발 공급 차질은 최근 줄어들고 있다. 다만 유럽의 경우 대부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기인해 해결이 쉽지 않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2023년 2~3월까지 현재 속도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경기 침체 위험이 고조되자 경제 활동이 위축되며 일부 수요 충격도 가라앉고 있다. 또 각국 정부가 팬데믹 대응 경기 부양을 중단해 작년까지 이어졌던 경제 성장 동력도 사라졌다. 이처럼 수요가 줄면 미국처럼 수요 충격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국가에서는 물가 압력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수요 충격이 강력한 곳은 중앙은행의 개입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을 제외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긴축 정책에 나섰다. 가장 큰 수요 충격이 발생한 미국은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거듭해 금리 목표 상단을 3.25%까지 인상했을 뿐 아니라 정책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이 4.4%로 예상됐다. 다른 국가들은 이 정도로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겠지만, 미국 사례는 인플레이션이 쉽게 통제되지 않을 경우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변덕 심한 기대 인플레이션

공급 충격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경우, 금리 인상만으로 물가를 잡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 우려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을 체감하면, 추가 상승 우려로 사재기 현상이 발생해 수요 충격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유독 높은 곳은 유럽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석유와 식품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진 탓이다. 독일은 소비자의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5.4%에 달하고, 채권 시장의 5년 기대인플레이션율(BEI·손익분기인플레이션율)도 6월 2.9%로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대폭 상회했다. 일본조차 기대 인플레이션이 크게 오르고 있다. 단칸(短觀)지수에 따르면, 기업들은 향후 3년간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인 2%의 물가 수준을 예상했다. 현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크지 않은데도 소비자의 약 60%가 향후 1년 내 5% 넘는 물가 상승률을 예상했다. 이처럼 기대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일본은행(BOJ)조차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미국, 영국, 캐나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안착돼 있다.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미국 채권 시장의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6월 미국 소비자들의 향후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8%로 떨어졌다. 영국의 5년 BEI와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도 각각 3%대로 떨어졌다. 캐나다 소비자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에 머물렀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상하로 얼마든지 거칠게 움직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기대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낮아졌지만, 외부 충격에 휘둘리기 쉬운 유럽 중심으로 언제든지 다시 치솟을 수 있다. 이에 내수 감소 상황에서도 각국이 긴축 통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다.

임금·물가 악순환 복병

임금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다시 물가 상승이 임금을 끌어올리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현재 대부분 선진국은 고용 시장이 경색돼 있음에도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최근 유로존, 미국, 일본의 임금상승률은 CPI 상승률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임금 상승률이 근원물가 상승률을 추월하는 사례는 종종 나타나고 있다. 6월 영국과 유로존은 임금 상승률이 근원 CPI 상승률을 1%포인트씩 앞서갔고, 캐나다는 임금과 근원물가가 동일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 서부 지역에서도 임금 상승률이 1%대로 올라 근원물가 상승률과 격차를 확대했다. 

유럽과 일본 인플레이션은 식품과 에너지에 집중돼 임금‧물가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석유와 식품 등 필수품 가격이 오르면 근로자가 임금 상승을 요구한다. 치솟는 생활비를 반영해 임금이 상승하면, 식품과 에너지 외 부문도 고용비용 증가분을 충당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임금‧물가 악순환이 발생한다. 한편 미국은 유럽과 일본보다 수요가 강력해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만 이런 악순환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낮은 곳으로 꼽힌다. 미국은 임금 상승률이 하락하기까지 하며 여전히 근원 CPI 상승률을 밑돌고 있는데, 노동 시장 경색이 극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스터리다.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물가는 오른다

인플레이션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내 요인이지만, 세계 경제 여건, 특히 미국발 요인들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연준이 여타 주요국보다 훨씬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보이고 있어, 글로벌 자본은 달러 자산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달러가 여타 주요 통화 대비 평가 절상되고 있다.

올해 1~7월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각각 14% 및 15% 하락했고, 엔화는 무려 25% 급락했다.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대개 달러로 거래돼 미국 외 대부분 주요국이 수입 물가 상승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유로존 수입 물가는 전년 대비 29.1%, 일본은 46.2% 각각 치솟았다. 

환율 움직임은 전망이 어렵다. 다만 연준이 경기 침체 위험에도 매파 본색을 완연히 드러내 통화 정책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국가가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동안 미국만 경기 침체를 피한다면, 달러 강세는 더 극심해져 여타 국가들의 수입 물가가 한층 치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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