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에 66조원 쏟아부었는데..3400개 기업 문닫은 이유

손일선 2022. 10.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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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급률 10%대 그쳐
칩4 동맹으로 中 배제 가속도
올들어 3400개 기업 줄폐업
당대회후 반격카드 나올지 촉각

◆ 미중갈등 증폭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조만간 미국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반도체산업 위기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패권 전쟁에서 중국을 압도하려는 미국과, 반도체 독립을 꿈꾸며 모든 국가 자원을 동원하고 있는 중국 간 힘겨루기에서 중국이 점차 밀리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자국 반도체 산업에 66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독립'을 추진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중국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계획에서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반도체산업은 외견상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0년 58억달러 수준이었던 중국 반도체 생산량은 지난해 312억달러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7월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가 7나노급 반도체 생산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메모리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애플의 낸드플래시 공급사로 선정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산업은 미국의 제재 압박에 허약하다. 미국이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에 핵심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해 중국 반도체 업계는 첨단공정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여전히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미국의 잇단 제재에 급소를 찔린 데다 '칩4'처럼 중국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결국 문을 닫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크게 늘어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부도로 인해 사업자 등록이 취소된 중국 반도체 기업은 3470개에 달한다. 반도체 분야에서 문을 닫는 중국 기업들은 2018년 715개에서 2019년 1294개 , 2020년 1397개, 2021년 3420개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의 압박 외에 오랜 기간 지속된 국가 주도 육성책의 폐해도 중국 반도체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반도체굴기 프로젝트를 떠받치는 핵심축인 60조원대 국가 펀드인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책임자들이 줄줄이 부정부패 의혹으로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다만 중국의 반도체굴기가 완전히 멈춰선 것은 아니다. 공산당은 시 주석이 이달 장기 집권을 확정한 이후 더 강력한 반도체 육성책을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쏟아졌던 지난달 당 회의에 참석해 "반도체 등 핵심기술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와 시장, 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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