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난' 유럽이 얻은 교훈..①준비성 ②국민보호 ③수입다변화

한예경 2022. 10. 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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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前 英총리·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대담
獨 가스저장용량 90% 채워
에너지값 폭등에 국가 손해
그래도 소비자 보호가 중요
러시아산 의존 탈피 가속화
푸틴은 전쟁에서 지고 있고
보상받을 수 없음을 알아야
우크라전서 대활약한 드론
군비 확대 필요성 절실해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왼쪽)가 지난달 22일 진행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의 영상 대담에서 장 회장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7개월째 전쟁 중이었다. 지난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그는 이 문제가 비단 우크라이나 문제가 아님을 직감했다. 영국에 대한 침공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영국에서 1000마일 이상 떨어진 유럽국이다. 캐머런 전 총리는 "만약 지구 반대편의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침략당하더라도 지금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과 똑같이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서거로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지 못한 그를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영상으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는 등 쉽게 전쟁을 끝내지 않을 분위기인데 영국에서 보는 전망은 어떤가.

▷푸틴의 예비군 동원령은 근본적으로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나라 전체를 차지하고, 정권을 무너뜨리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매우 신속하게 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노력은 실패했고 전력이 완전이 바뀌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 돈바스를 비롯한 주변 지역을 가져오기로 했다. 이를 통해서 핵 위협을 가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잘 싸워주고 있고, 서방국가가 무기와 사기로 그들을 계속 지원한다면 전쟁의 양상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어야만 계속해서 우크라이나가 승리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에 중재자 노릇을 할 나라나 인물은 없나.

▷프랑스·터키 대통령이 중재 노력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누가 중재를 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중재하느냐가 문제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푸틴은 과거에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빼앗은 데 이어 이번에 잘못을 더했다. 나중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재 단계부터 우크라이나가 매우 강력하게 방어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전 세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리더십은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훨씬 작은 국가로, 군사력도 훨씬 약하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고 침공했는데, 우크라이나 군대는 이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매우 유능하고 용감한 우크라이나 군부대뿐만 아니라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덕분이다. 전쟁 초기에 다른 지도자들이 탈출할 때 그는 남겠다고 했고, 그 길을 택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조국을 위해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번 전쟁을 통해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군 전력도 다시 되짚어보게 됐다.

▷나는 이번 전쟁이 주는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드론의 힘이라고 본다.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분쟁에서 본 매우 비싸고 유능한 드론이 아니라 실제로는 더 저렴하고 범용성 높은 드론들이 전쟁에서 핵심 병력으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명성을 갖춘 민주주의 국가 시스템이다. 러시아군의 병폐는 그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유럽 각국에도 자국을 스스로 방어해야겠다는 의지가 커지고 있는데.

▷영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정한 최소한의 국방비 지출 규모인 국내총생산(GDP)의 2%를 지속적으로 지출해왔다. 하지만 다른 많은 나라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거의 모든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 매우 불확실하고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옳았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는, 각국이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충분한 예산을 쓰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예를 들어 독일과 같은 나라는 경제 강국인데도 GDP의 2%조차 국방비에 쓰지 않았다.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었다. 트럼프 시대가 준 교훈 중 하나는 내가 영국과 미국의 관계를 열렬히 지지하는 동시에 민주주의 권리를 옹호하는 미국의 역할을 다시 돌아보게 한 것이다.

―러시아로 인한 유럽 에너지 위기가 심각한데 교훈이 있다면.

▷지금 유럽에서는 중요한 세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첫째, 독일과 같이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저장용량을 엄청나게 늘렸다. 독일의 저장용량을 보면 현재 (목표치의) 90%가 넘는다. 어떤 위기에도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둘째, 영국·프랑스 등이 최악의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소비자 보호를 택했다. 비용을 치르더라도 자국 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 더 장기적인 것이지만 러시아산 원유·액화천연가스(LNG)에서 벗어나려는 엄청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한 이후 했어야 하는 일인데 그러지 못했다. 앞으로 이 부분은 더 가속화돼야 한다. 러시아는 당장 높은 가스 가격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큰 시장인 유럽을 잃었다. 러시아가 유럽 대신 중국 수출을 택한다고 해도 수출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리고 유럽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러시아는 장기간에 걸쳐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정리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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