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이사회에서도 대통령 비속어 보도 논쟁 격화

정민경 기자 2022. 10. 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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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해임 건의 논의' 안건낸 김도인 이사 "보도본부장 불러 경위 듣자"
방문진 이사장 "정치화된 사건, 보도본부장 부르는 건 보도 개입"
국익에 반하는 보도?"진실 이상의 국익은 없다" 논박도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논란' 보도를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MBC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한 가운데,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해당 보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날 방문진 이사들의 토론은 'MBC 보도에 대한 경위'에서 시작돼 'MBC에 대한 방문진의 역할', '국익에 반하는 보도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까지 뻗어나갔다.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제16차 정기이사회에서 김도인 방문진 이사는 이사회에 MBC 보도본부장을 불러 보도 경위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인 이사는 “지금 MBC 때문에 난리가 났다. 보도본부장이 출석해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된 건지 설명을 들어야 한다”며 “제가 이 사안을 안건을 제출하려다가 날짜가 촉박해 하지 못했는데, 9월21일 10시7분 유튜브 영상으로 시작된 보도에 대해 어떤 확인 과정 거쳤는지, '미국'(의회)라는 자막을 삽입하기까지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사진=언론노조

그러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특정 보도와 관련해 보도본부장을 불러 이야기를 듣자는 것은 보도에 대한 간섭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며 “해당 보도는 현재 국민의힘에서 MBC를 고발한 사안으로, 정치화된 사건이다. 이사회의 역할은 MBC라는 공영방송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 (외부의 압박 등으로부터) 보호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인 이사는 “정치권에서 이 사안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려 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MBC가 보도에 대해 얼마나 사실 확인을 충실히 했는지 따지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자막과 관련한 부분 외에도 민주당 의원과의 내통 논란도 있다. MBC의 인트라넷에 해당 시간에 누가 접속했는지 보면 쉽게 IP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사법 기관에 결정을 맡길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기중 이사는 “그러한 것이 보도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윤능호 이사 역시 “김도인 이사의 말에도 경청할 부분 있는데 이미 정쟁화가 된 사안이라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도인 이사는 “정쟁화가 됐을수록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능호 이사는 “김도인 이사의 말대로 하는 것은 국민의힘의 주장에 방문진이 말려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방문진이 MBC '치어리더'냐” vs “여당 압박에 성명 논의해야”

여러 이사들이 김도인 이사의 주장에 대해 '보도 개입'이라 비판하자 김 이사는 “방문진이 MBC의 '치어리더'라고 생각하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9월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 항의방문에 나선 모습. ⓒ언론노조

김석환 이사는 “이미 MBC는 뉴스와 입장 등을 통해 당일 시간대별로 타임라인을 공개하고 어떻게 이런 취재를 하게됐는지, 어떻게 보도하게됐는지 세세하게 밝혔다”며 “특히 지난번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서도 이미 법원은 명예훼손에 대해 무죄를 밝힌 바 있다. 이번 고발도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인 이사는 “언론은 자유만큼 책임도 있다. MBC가 이렇게 시끄러워졌으면, 시청자를 대변해서 여기 앉아있는 이사들에게 설명 책임이 있지 않느냐”라며 “방문진의 역할은 MBC가 공적 책임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견제하라는 것이다. 문제가 된 보도에 대해 투명하게 알리고 시청자에게 거듭 이해를 구하는 것이 공영방송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중묵 이사는 “김 이사의 발언에는 MBC의 보도가 잘못된 보도라는 것이 전제돼있다”며 “지금 진영논리를 떠나 원래 어떤 말을 했는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수많은 언론사들이 다 MBC와 똑같이 보도를 했는데 왜 MBC의 보도만 논란이 되는 것이냐”라고 반박했다.

윤능호 이사는 “물론 보도 경위에 대해서 자세히 파악할 필요는 있지만 방문진 역할은 지금 국민의힘의 행태에 대해 성명을 내야 하느냐 등을 논의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보고 가만 있어야 하는지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도인 이사는 “MBC의 가이드라인에는 취재 내용이 불분명할 때는 확인될 때까지 방송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잠정적 사실이라면 그것이 확실해질 때 밝히자는 내용도 있다”며 “그렇다면 자막에 대해 병기하거나 신중하게 보도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월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MBC 사옥 출입문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저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국익에 반하는 보도? “진실 이상의 국익은 없다“ 논박도

지성우 이사는 이날 김도인 이사의 주장에 찬성하는 유일한 이사였다. 앞서 지난달 김도인 이사가 '박성제 MBC 사장 해임 결의 논의건' 안건을 가져왔을 때도 이에 찬성한 유일한 이사였다.

지 이사는 “대통령께서 외국 순방 상황에서 여러 해프닝이 있었는데, 이러한 해프닝은 모든 정권에서도 있었고, 해당 부분을 방영하려고 결정한 것이 국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또한 자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1~2명이 주도로 편집하고 보도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석환 이사는 “보도를 할 때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보도할 수가 있다. 당시 해당 영상을 대통령실의 관계자도 기자들과 함께 봤었고, 엠바고 요청을 하는 등 해당 영상이 문제가 된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또한 국민의힘은 반론이나 정정 절차없이 고발로 직행했는데 이는 언론 압박에 가까운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이사는 “'진실 이상의 국익은 없다'는 말이 있다. 과거 영국의 BBC는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 때 대처 수상으로부터 '매국노'라는 발언을 들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월남전에 대해 미국을 비판해 국익에 반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단기적으로 국익에 반할 수 있어도 이러한 비판이 활발하게 유통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인 국가의 이익에 보탬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임시 이사회에서 보도본부장을 불러 설명을 듣고 싶다는 김도인 이사의 제안이 다수의 이사에 의한 반대로 실행되지 않자, 김 이사는 이번에는 '해당 보도에 대한 특별 감사'를 요청했다.

이에 권태선 이사장은 “이사회가 끝난 이후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충분한 의견을 나눈 이후 제안을 해달라”며 “이 사안은 발언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와 언론인들이 함께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상 문제를 인정한 사안이다. 15시간이 지난 이후 해당 발언이 '날리면'이라고 설명을 하기 전에는 사실상 거의 모든 언론이 MBC와 같은 보도를 했다. 이번 사안이 MBC가 보도를 잘못한 것인지, 정치권에서 언론의 자유를 겁박하는 사안인지 우리 방문진에서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해당 논의는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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