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들 미·중 갈등 속 미국 대신 홍콩행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2022. 10. 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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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중문대 캠퍼스. 학교 홈페이지 캡처

홍콩에서 유학하는 중국 본토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의 영향으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미국 대신 홍콩행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홍콩 대학보조금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2021∼2022학년도 홍콩 8개 공립대 학부 과정의 중국 본토 학생 수가 8622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0∼2021학년도에 비해 본토 유학생이 13% 늘어난 것이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라는 설명이다.

홍콩에서는 중국 본토 유학생 증가를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홍콩 중문대 관계자는 “예전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유학을 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본토 학생들이 홍콩으로 많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이 주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비슷한 시기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미국에서 중국인 유학생에게 발급된 학생 비자는 모두 5만1054건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9만4287건에 비해 46% 가량 줄어들었다. 최근 중국 민간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센터(CCG)도 중국 유학생 실태를 분석한 연례보고서에서 2020∼2021학년도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가 직전 학년도에 비해 14.6% 줄어 10년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보고서 역시 양국 관계 악화를 유학생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양국 관계 악화를 의식해 미국 유학을 꺼리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국제적인 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춘 홍콩을 대체 유학지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중문대 유학생인 릴리 왕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부모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과 긴장 고조에 대해 우려했고 스스로도 그런 분위기가 중국인을 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에 영향을 미쳐 차별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SCMP에 말했다. 홍콩대 관계자는 “본토 유학생들이 홍콩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홍콩이 세계적인 연결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홍콩은 다양한 문화를 가진 국제적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세계적인 학습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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