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34>전이형 혁신

정현정 입력 2022. 10. 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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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형용(矛盾形容). 수사법의 일종이다.

어느 사전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의미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그가 떠났지만 우리와 함께 있다'거나 흔히 쓰이는 '침묵의 아우성' 같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이런 표현이 심리나 상황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은 모순이 있는 모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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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형용(矛盾形容). 수사법의 일종이다. 어느 사전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의미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그가 떠났지만 우리와 함께 있다'거나 흔히 쓰이는 '침묵의 아우성' 같은 것이다.

사각형인데 둥글다고 묘사하거나 눈이 부시게 슬프다고 하는 표현도 이런 범주에 들 만하다.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이런 표현이 심리나 상황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은 모순이 있는 모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다른 한편으로는 논리를 넘어선 존재인지 말한다.

혁신이란 어떻게 만들어질까. 어떻게 그게 혁신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이것을 예스와 노, 고(go)와 노 고(no go) 문제로 구분하려 든다. 하지만 이 경계란 모호하고 의미가 적다.

곰곰이 따져보면 바른 정의는 이런 판단과 사뭇 다르다. 혁신을 향해 내닫는 순수한 발자국들은 비록 눈에 띄지 않았고,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여기에 해당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 설립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항상 온디맨드(on-demand) 비디오 서비스를 생각했다. 당장 회사 이름만 봐도 드러난다. 넷(net, 인터넷)과 플릭스(flicks, 속어로 영화)를 합친 것이지 않은가. 인터넷으로 고객이 주문한 영화를 보여 주겠다는 생각이 진작에 있었다.

문제는 이걸 구현할 '디지털 기술'을 손에 쥘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선택은 이런 기술이 눈에 보일 때까지 사업을 미루는 것이다. 만일 헤이스팅스의 의지가 약했거나 이걸 부업 정도로 생각했다면 미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헤이스팅스는 DVD 우편사업으로 시작한다. 물론 넷플릭스다운 넷플릭스의 시작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VoD 기술이 가용해질 즈음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다워졌고, 블록버스터는 물론 자신의 우편 DVD 모델마저 넘어설 수 있었다. 그제야 그의 비전은 구현된 셈이었다.

구글 네스트(Nest)도 떠올려볼 법하다. 이곳은 애플 엔지니어 출신들이 설립했다. 네스트(Nest)란 둥지란 뜻이고, 인간에게 이것은 집이라 불리는 곳이다. 처음에 이들은 와이파이로 조절 가능한 실내 온도조절기, 그다음엔 연기나 일산화탄소 감지 경보기를 출시했다. 그리고 2014년 구글은 설립 채 4년도 안 된 구멍가게 격인 이 네스트 랩스란 스타트업을 32억달러에 인수한다.

여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구글이 이 값을 치를 만한 두 창업자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누군가는 이들이 앞서 내놓은 온도조절기와 화재경보기를 '트로이의 목마'라고 표현한다. 미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언젠가' 나올 그런 집의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 가용한 기술로 심어 둔 그런 시작점 말이다.

혁신과 성과를 다루는 연구엔 특이한 공통 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숙성기간이란 것이다. 이건 오늘 당장 시작한다고 해서 결과를 오늘 당장 얻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한다.

혁신을 '지금'의 문제로 생각한다면 그 또한 좋다. 하지만 당신에게 다른 생각의 여유가 있다면 두 가지를 고려해 보라. 오늘 내가 어디로 새로운 한 발을 내디뎌야 할까. 그리고 서로 충돌하되 모순되지 않을 상상을. 넷플릭스와 네스트 모두 '이미 하지만 아직'이란 관념에 지극히 어울리는 모순덩이들이었고, 내일을 위한 오늘이 뭔지 보여 주는 사례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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