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IT법]<40>리플랩스 XRP 코인에 대한 증권성 소송의 쟁점

김현민 입력 2022. 10. 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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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가상자산 업계 최대 이슈는 코인의 증권성 판단이고, 금융위원회 역시 다가올 4분기에 증권성 토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이 이슈에 대한 논란을 종결시키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마침 최근 코인의 증권성 판단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SEC(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vs 리플랩스 소송이 정식재판 회부 없이 약식 판결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외신이 전해지면서 이 미국법원의 재판 결론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EC vs 리플랩스 소송은 미국 금융감독기관인 SEC가 지난 2020년 12월 XRP 코인을 발행한 리플랩스·리플랩스의 크리스 라슨 전 최고경영자(CEO)와 블래들리 갈링하우스 현 CEO를 상대로 이들이 미국 증권법을 위반해서 미등록 증권을 발행·판매했다며 뉴욕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의 판결은 코인의 증권성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 사건에서의 판결은 우리나라 가상자산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 판결에 따라서 시장에서 사라질 가상자산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에서 SEC는 리플랩스가 2012년 XRP가 투자계약으로 볼 수 있어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자문을 했음에도 적법한 등록절차 또는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XRP 코인을 판매해서 최소 13억8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리플랩스는 XRP 코인은 미국 증권법상 투자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근거로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소속 FinCEN 등이 XRP에 대해 합법적인 가상자산이라고 판단한 점을 들고 있다. 참고로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소속 FinCEN뿐만 아니라 영국, 싱가포르 등의 규제기관도 증권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 소송에서 XRP의 증권성 판단에 적용되는 기준이 바로 그 유명한 하위 테스트(Howey test)다. 하위 테스트란 1946년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해 정립된 기준이다. 금전의 투자, 공동 사업의 투자, 투자 수익의 기대, 타인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창출되는 투자 수익의 네 가지 요건을 갖추면 투자계약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이 없던 시대에 만들어진 하위 테스트는 그동안 미국 법원 또는 SEC에 의해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용돼 왔다.

SEC은 이 소송에서도 하위 테스트에 의해 XRP 코인이 증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리플랩스는 투자자들이 리플랩스 및 그 에이전트들의 사업 관리에 대한 노력이 XRP 프로젝트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며 합리적으로 기대하도록 유도했고, 나아가 리플랩스는 투자자들이 리플랩스의 노력에 따라 자신들이 한 투자에 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기대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리플랩스는 XRP 원장은 오픈소스로 완전히 분산돼 있고, 2013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14억건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등 엄청난 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XRP의 가격은 리플랩스의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의 SEC 주장과 리플랩스 주장으로 미루어 볼 때 하위 테스트의 네 가지 요건 가운데에서 '타인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창출되는 투자 수익'의 핵심적인 요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관해 윌리엄 힌먼 전 SEC 재무국장은 2018년 6월 증권성이 인정되던 가상자산이라 해도 △투자가 중앙 집권적인 주체에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즉 탈중앙화를 이루었고 △가상자산이 재화와 용역의 구매라는 제한된 목적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증권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SEC는 2019년 4월 SEC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탈중앙화가 이뤄졌는지와 가상자산이 원래 사용 목적으로 기능하는 경우인지를 고려해서 증권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XRP의 경우 탈중앙화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XRP가 투자 목적보다는 재화나 용역 구매라는 제한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면 XRP는 증권성 오명을 벗어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패소의 책임을 면할 수 없어 보인다. 이 소송에서 법원이 가상자산의 특수성을 얼마나 고려해서 하위 테스트를 적용할지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위 테스트는 가상자산이 이 세상에 없을 때인 1946년에 만들어진 기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위 테스트가 무용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글자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경직된 법 적용이라 생각한다. 가상자산의 특수성을 잘 고려한 가상자산용 하위 테스트가 정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우리나라 역시 동일한 방향성으로 증권성 토큰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 oalmephaga@minwh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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