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괌 타격' 미사일 능력 입증..2017년 위기 재현되나

권혁철 2022. 10. 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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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미사일 발사]2017년 여름, 괌 포위 사격 위협 상기시켜
북한은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을 30일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1월31일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은 미사일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지구 사진을 공개하며 이번 발사가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4일 일본 상공을 가로질러 태평양에 떨어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지난달 25일부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해온 북한은 이날은 미국과 일본까지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로 군사행동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미는 이에 대응해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과 정밀 폭격 훈련을 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오전 7시23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동쪽 방향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4500여㎞, 고도는 970여㎞, 속도는 약 마하17(음속 17배)로 탐지됐다. 이번 미사일은 지금까지 북한이 정상 각도(30∼45도)로 쏜 탄도미사일 중 가장 먼 4500여㎞를 날아갔다. 이번 미사일은 2017년 여름 북한이 미국령 괌 포위사격 구상 때 언급했던 화성-12형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4월15일 북한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화성-12형은 액체연료를 추진체로 쓰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미국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로널드 레이건호)이 부산에 입항한 뒤 25일부터 지난 1일 사이 4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쏴 왔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불만과 지난달 동해에서 있었던 한·미 해군 훈련과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에 대한 견제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단거리 미사일과 달리 일본은 물론 미국 괌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과는 다른 의미를 띤다. 평양에서 괌까지 거리가 약 3400㎞인데 이번 중거리 미사일 비행거리는 4500㎞로 괌 타격이 가능하다. 괌에는 한반도 유사시에 출동하는 미국 전략폭격기 기지가 있다. 북한이 올해 1월에 각도를 높여 고각발사한 화성-12형은 비행거리 약 800㎞,(실제 비행거리는 4000㎞ 안팎) 정점 고도는 약 2천㎞로 탐지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상 각도로 미사일을 쏘며 태평양의 미국 전력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나 7차 핵실험 같은 전략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는 이날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핵 실험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형 액체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핵실험까지 가기 위한 단계 아니겠느냐. 중거리 다음은 장거리(미사일)일 것이고 다음은 핵실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2017년 여름 북핵 위기 때처럼 북-미 간 갈등 격화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2017년 8월9일 미국을 향해 ‘화성-12형으로 괌을 포위사격할 작전을 세웠으며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 연발적으로 괌을 타격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도 이에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미사일 기지를 제한적으로 선제타격하는 ‘코피’ 작전을 검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런 무모한 핵도발은 우리 군을 비롯한 동맹국과 국제사회의 결연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을 비롯해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대북 제재 강화를 포함한 다양한 억제 방안을 모색해 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한·미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비행, 정밀 폭격 훈련을 벌였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한·미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과 정밀폭격 훈련을 실시했다”며 “한국 공군의 에프(F)-15K 4대와 미 공군의 에프(F)-16 전투기 4대가 참가한 가운데, 에프-15K가 서해 직도사격장 가상 표적에 공대지 합동 직격탄 2발을 발사하는 정밀폭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강하게 반발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북한 중거리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해 태평양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이런 행위는 “폭거”로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갈라진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 지도 주목된다. 대북 추가 제재나 성명을 채택할 수 있는 안전보장이사회는 러시아가 벌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탓에 같은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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