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풍자만화 금상 준 기관 경고

임지선 기자 2022. 10. 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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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교부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 만화에 금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문체부는 또 만화영상진흥원이 문체부의 승인사항을 결정적으로 위반했다며 책임을 묻겠다고도 밝혔다. 정치적 풍자 작품에 정부가 관여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4일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행사 취지에 어긋나게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며, 신속히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날 밤 늦게 두번째 설명자료를 배포해 “(문체부) 후원명칭 사용 승인 요청시 ‘표절․도용․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 ‘과도한 선정성, 폭력성을 띤 경우’ 등은 결격사항으로 정하고 있다”면서 “(진흥원의) 공모요강에서는 결격사항이 누락됐고 심사위원에게 결격사항이 미공지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어 “만화영상진흥원은 당초 승인사항을 결정적으로 위반하여 공모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규정상 문체부가 말하는 조치는 이 행사가 문체부 후원이었다는 승인사항을 취소하고, 이 공모전에서 3년간 후원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논란이 된 작품은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을 수상한 고등학생의 ‘윤석열차’이다. 이 그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를 김건희 여사가 기관차에서 조종하고 있고, 뒤이은 열차에는 법복을 입고 칼을 든 사람들이 타고 있다. 그림 앞부분에는 달리는 기차에 놀라 달아나는 아이들 모습도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의 당선작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다. 수상작 선정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무작위로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평가했다.

문체부는 “비록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긴 하지만 정부 예산 102억원이 지원되고 있고, 이 공모전의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며 “(문체부는) 이 행사의 후원명칭 사용승인을 할 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승인사항 취소’가 가능함을 고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체부의 이 같은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다. 특정 정치적 입장을 떠나 카툰·만화의 특성상 시사 풍자의 성격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품은 경기도지사가 수여하는 금상을 받았기 때문에 문체부가 경고를 거론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조익상 만화평론가는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작가와 심사 주체 등이 풍자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 고민해야 하는 것과 별개로, 관에 속하는 기관이 결과를 두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더 나아가 조치를 취하려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현실을 풍자한 카툰에 대해 비판하고 논의해야 하는 것은 시민사회”라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등학생에게는 현직 대통령을 만화로 풍자할 자유가 없습니까. 아니면 현직 대통령이나 영부인, 검찰을 풍자한 작품은 수상작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나”라며 “윤석열 정부의 금과옥조 ‘자유’는 역시나 말뿐이었던 건가?”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어 “문체부가 무슨 근거로 엄정 조치를 취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역풍을 맞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용익 부천시장(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오후 SNS에 입장문을 내고 문체부의 경고에 반박했다. 조 시장은 “풍자는 창작의 기본”이라며 “카툰공모에 왜 풍자를 했느냐고 물으면 청소년은 무어라 답해야 하는가.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소년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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