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화가 김태호 별세

이한나 2022. 10. 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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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작가 [매경DB]
'벌집 회화'로 유명한 단색화 작가 김태호 전 홍익대 미대 교수가 4일 오전 부산에서 패혈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

1948년 부산에서 태어난 작가는 서울예술고등학교에 재학중 박서보 화백을 만나 추상의 세계에 들어섰다. 이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하종현 화백과 정상화 화백 등 주요 단색화 거장들을 스승으로 모셨다. 대학 재학시절부터 국전에서 수차례 입상했을 뿐 아니라 2020년 하종현미술상 특별상도 받았다.

작가는 초기 '형상' 연작으로 재능을 떨친 데 이어서 1995년경 시작한 '내재율(Internal Rhythm)' 연작으로 유명하다. 벌집을 연상시키는 이 연작은 다양한 색깔의 아크릴 물감을 층층히 쌓은 후에 특수 제작한 조각칼로 수직과 수평으로 깎아내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격자무늬 공간구조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칼로 깎아낼 수록 내부의 색깔이 미묘하게 드러나면서 리듬감을 갖추게 되고 평면 회화의 한계를 넘어서 입체의 영역까지 넘보게 됐다. 아크릴 물감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1세대 화가로도 꼽힌다.

그는 1987년부터 2016년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를 역임한 후 경기도 파주에서 김태호 조형연구소를 운영해 왔다. 지난해까지 45차례 개인전과 다수 아트페어에 참여하고 일본, 미국, 독일, 대만, 홍콩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오며 후기 단색화 주자로 최근 주목받아 왔다.

그는 사교적이고 활달한 성품을 지녀 특정 갤러리에 소속되기보다는 자유롭게 본인 작품을 전시하고 일반 관람객들과 자유로운 소통도 즐겼다. 지난달 초 개최된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행사에서 노화랑이 김태호 작가의 내재율 연작으로만 전체 부스를 차려 화제가 됐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많은 색채가 쌓아올려 졌다가 깎아낸 물감층은 마치 생명의 물결처럼 미묘한 리듬으로 작용한다. 견고한 바깥의 구조에 대비되게 섬세한 내부 리듬은 신비로운 생성의 차원을 일궈낸다"고 평했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7일 예정됐다.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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