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심층취재 10편] 위기의 최전선..한계대학은 지금
[EBS 뉴스12]
부실대학 심층취재, 오늘은 수년째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폐교 위기에 몰린 '한계대학'의 현실을 짚어봅니다.
최근 10년 동안 정부 평가에 낙제해,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 대학은 모두 62곳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폐교까지 이어진 대학은 16곳뿐인데요.
나머지 대학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등록금 수입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교수와 학생들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이상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대학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부실대학으로 지정됐기 때문인데요.
학생들은 학교가 처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인터뷰: 박상일 재학생 / 경주대 특수체육교육학과
"통학버스도 없고, 학교 시설물도 다 옛날 거고, 망가지고, 안 쓰고, 못 쓰고 이런 게 다 대부분이거든요."
인터뷰: 변수현 재학생 / 경주대 간호학과
"수업하다가 교수님 컴퓨터가 갑자기 꺼져서 PPT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인터뷰: 이수연 재학생 / 경주대 악기제작학과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가 다 불안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이니까 미래가 좀 어둡다고 할까요?"
인터뷰: 김대희 재학생 / 경주대 특수체육교육학과
"불안해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학교 측에서는 조금 더 빨리 곪아 있는 것들을 좀 터트려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위기는 설립자와 부인이 10년에 걸쳐 학교 돈 수십억 원을 빼돌리면서 시작됐습니다.
교육부는 감사를 실시하고, 임시 이사까지 파견했지만, 설립자 일가가 소송에서 이기면서 최근 학교 운영에 복귀했습니다.
개강을 맞았지만, 휑한 캠퍼스.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은 15%에 그쳤습니다.
무엇 하나 어렵지 않은 게 없지만, 가장 힘든 건, 학교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
EBS 취재진이 직접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가 폐교될까봐 불안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겼습니다.
인터뷰: 이수연 재학생 / 경주대 악기제작학과
"하루하루 내일이면 폐교되나? 이러면서 그냥 지내고 있어요. 만약에 폐교가 되면 글쎄요…. 진짜 저희 (악기제작학)과가 아무 데도 없어서, 이걸 배우려면 해외를 나가야 되는 상황이어서…."
인터뷰: 변수현 재학생 / 경주대 간호학과
"(대학마다) 교육과정이 다르다 보니까 저는 강제로 (편입)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포기하지 않을까?"
교수들은 3년째 월급을 못 받고 있습니다.
학교를 상대로 민사와 형사, 파산소송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인터뷰: 도진영 지회장 / 교수노조 경주대지회
"36개월이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인데요. 그러다 보니까 많은 구성원들이 이탈되고, 많이 떠나가셨어요. 많이들 힘들어하시죠. 다들 이제 대출도 받으시고,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최대한 다 받았다고 하고, 더 이상 대출도 안 된다고 해요."
정부는 문을 닫지 않고 학교와 구성원의 피해만 키우는 한계대학을 집중 관리하고, 도저히 안 되면 강제 폐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고통받고 있는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은 없습니다.
인터뷰: 박상일 재학생 / 경주대 특수체육교육학과
"학교를 살리니 마니 어떻게 되니 하는데 다 그런 이야기만 도는 것 같아요. 그냥 의미 없는 시간만 흐르는 거고 그러니까 학생 수는 줄고 학교는 더 어려워지는 거고…. 학교는 우리의 미래까지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저는 만약에 그렇게 (폐교)된다면 저희한테 좀 확실한 답을 줘야 되지 않나…."
그야말로 한계에 내몰린 학생과 교직원들이 이 모든 고통을 감당하는 것이 구조개혁의 본질이냐고, 구성원들은 되묻고 있습니다.
EBS 뉴스, 이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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