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산업부 2중대냐"..기업과 소통 앞장서는 환경부에 쏟아진 비판[국감 2022]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김기범 기자 2022. 10. 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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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환경부가 산업부 2중대냐’며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한 장관 취임 이후 환경부가 ‘규제부처’라는 본문을 망각하고 산업계와 소통, 규제 완화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4선 하면서 박근혜 정권, 이명박 정권도 봤는데 한 장관처럼 기업하고 핫라인 개설하자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핫라인은 산업부, 중기부, 국토부, 해수부 등 진흥부서에서 해야지 환경부는 울타리를 열 건지 말 건지 엄격하게 결정해야 하는 규제부서”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말 환경규제현장대응TF를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 TF의 역할을 “경제단체와 직통 회선(핫라인)을 구축해 산업계 애로사항을 상시 경청하고, 발굴한 건의 과제는 하향식으로 신속하게 정비하는 등 규제개혁과제 발굴부터 정비까지 일괄 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지난 6월에는 경기 안산에 있는 폐기물 처리업체, 충북 음성의 반도체 생산업체 등을 찾아 의견을 들었다.

한 장관은 지난 6월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만나 산업계와 ‘핫라인’ 구축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전경련은 유해성에 따른 차별화된 유독물질 지정관리체계 전환, 신·증설 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합리화 등 업계의 규제 개선 건의 사항을 제안했고, 한 장관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환경부에 환경단체 TF도 있나. 환경부 장관 일정에 기업 방문, 규제 해결 일정만 있다”며 “기업 입맛에 맞게 해주겠다는 것처럼 보이니까 산업부 2중대 소리 듣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 의원이 지난 5월11일부터 8월19일까지 한 장관의 공식 일정을 확인한 결과 규제개선, 기업 방문과 관련한 일정은 17차례 있었다. 반면 환경단체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우 의원은 ‘공유지의 비극’을 언급하며 환경부의 본분이 규제에 있다고 강조했다. 수량이 한정된 공공자원의 이용을 구성원 자율에 맡기면 고갈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을 뜻한다. 우 의원은 “규제부서인 환경부가 임무를 잃고 마치 진흥부서인 것처럼 뛰기 시작하면 환경은 누가 어떻게 지키나”라며 “환경부 장관은 우리 공유지를 어떻게 지킬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기업이 원한다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단체와의 소통은 2006년부터 수시로 꾸준히 하고 있다”며 “기업과의 소통 채널이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기업과 산업을 알아야지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은 오염의 원인이기도 하고 개선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며 “기업과 핫라인을 구축한 게 뭐가 나쁘냐”고 한 장관을 옹호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투자는 LNG로 집중···다시 쟁점된 4대강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전환’ 부문으로 분류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 투자가 집중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1월~8월 발행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발행한 녹색 채권 3조 9711억원 중 24.9%인 9902억원이 LNG 발전으로 흘러들어갔다. ‘녹색’ 부문인 태양광·풍력 발전에 투자된 금액은 약 5050억원으로 LNG 발전의 절반 수준이었다. 녹색 부문은 ‘탄소 중립에 기여하고,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활동’, 전환 부문은 ‘탄소중립이라는 최종지향점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이다.

이학영 의원은 “녹색분류체계에 LNG가 포함돼 있어,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탈탄소화는 요원할 것”이라며 “원전까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요인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국내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현저히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보’를 놓고도 논쟁이 이어졌다.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녹조가 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수질이 맑아진다”며 “붉은깔따구 등은 ‘청소동물’”이라고 주장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승준 부경대 교수는 “강의 유속이 강의 환경을 결정해, 유속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환경이 달라져서 미생물이 다르게 자란다”고 말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참고인이 청소동물이라 말한 깔따구가 수질 ‘약간 나쁨’ ‘매우 나쁨’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종”이라며 “생활 용수로 못쓰는 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08년 1월10일 열린 MBC 100분 토론에서 “(대운하에) 선박을 운행하면 산소가 공급된다. 배의 스크루가 돌면서 물을 깨끗하게 만든다”고 말해 논란을 부른 전력이 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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