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프로축구, 감독 성폭력·학대 만연"

미국 여자프로축구리의 성폭력 문제 조사를 이끈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차관. AP 연합뉴스

미국 여자프로축구리그 팀들에 성폭력이 만연해 있으며, 여러 선수들이 감독들에게 다양한 유형의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축구연맹은 지난해 여자프로축구리그에서 성폭력 파문이 발생한 뒤 1년간의 조사를 거쳐 3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여자프로축구리그에서 발생한 학대는 유소년리그에서부터 시작한 뿌리 깊은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언어적, 정서적 학대는 단순히 선수들에 대한 엄한 지도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결론냈다.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차관이 조사를 의뢰 받아 200명 이상의 진술을 듣는 등 광범위한 조사 끝에 이번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신체적 성폭력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한 피해자는 축구팀 레이싱 루이빌의 감독이 지난해 경기 동영상을 함께 보자면서 자신을 부른 뒤 상·하의 속으로 손을 넣어 더듬었다고 진술했다. 이 피해자는 많은 선수들이 호소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폭로를 주저하고 있다며 “다른 선수들은 더 이상 내가 당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내가 가진 힘을 이용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필라델피아 인디펜던스팀 감독을 맡았던 이가 10여년 전부터 선수 3명에게 성적 관계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미 2015년에 이 문제를 조사했던 미국 축구연맹은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그 뒤 다른 팀으로 옮겨 지휘봉을 잡았다. 성적 요구에 응하지 않은 선수는 출전시키지 않고 벤치를 지키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는 축구연맹뿐 아니라 축구팀들이 성폭력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했으며, 일부 팀은 이번 조사에서도 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려 하거나 증인들과의 접촉을 방해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불거진 성폭력 파문으로 미국 여자프로축구리그 감독 5명이 해고되거나 자진 사퇴했다. 신디 팔로 콘 미국 축구연맹 회장은 이번 보고서 내용에 대해 “가슴 아프고 매우 괴롭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고, 학대 주장이 제기되면 제때 조사해야 한다는 등의 권고도 내놓았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